<해외논조>대장성 개혁이 일본 은행독립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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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총리 자문기구인 중앙은행연구회가 일본은행법에 관해 종합정리한보고서를 내놓았다.보고서는 일본은행에 대한 대장상의 업무명령권을 폐지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정책위원회의 의사(議事)기록을 공개하는등 정책결정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당연한 말이지만 이같은 법개정만으로 일본은행의 독립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투명한 금융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일본은행법 개정은 대장성 개혁과 한 덩어리로 묶어 실현하지 않으면 안된다.
전시인 1942년 제정된 일본은행법은 통제위주의 색깔이 짙어어차피 전면개정할 수밖에 없었다.특히 일본은행의 독립성이라는 대목에서는 미국.독일등의 중앙은행에 비해 현저히 뒤떨어져 있다.보고서가 일본은행의 정책위원.임원에 대한 정부 의 해임권한을인정하지 않으면서 정부의 업무명령권도 없앤 것은 진일보한 내용이다. 의사결정기구인 정책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하도록 하기 위해이제까지 실질적으로 정책결정의 장(場) 역할을 했던 임원회의를폐지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정책위원회를 업계대표가 아닌 경제.
금융에 높은 식견을 갖춘 이들로 구성한다고 규정한 것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정책위원회의 의사요지와 의사록을 공개하는 것은 정책결정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빠뜨릴 수 없는 조치였다.이로써일본은행의 정책위원회는 「잠자는 위원회」로 시간만 보낼 수 없게 됐음이 확실하다.
보고서 내용중 걱정되는 것은 정책위원회에 정부인사가 출석할 수 있도록 인정하는등 일본은행에 대한 정부의 간여를 새삼 중시한 대목이다.의원내각제의 원칙상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권력은 있을 수 없지만 그렇더라도 정치인의 압력이나 대장성 관료의재량(裁量)이 활개칠 여지를 남겨서야 일본은행의 독립성은 담보될 수 없다.
이 점에서 중요한 것은 일본은행법 개정과 동시에 대장성 개혁도 함께 단행하는 일이다.하시모토정권은 다른 모든 일은 제쳐놓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처럼 대장성에서 독립해 금융검사.감독을 담당하는 기관(국가행정조직법 3조에 규정된 행정위원 회)을 설치하겠다는 공약은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금융자유화에 어울리지 않는 대장성 관료의 재량행정을 근절하지 못하는 한 일본은행의 독립은 있을 수 없다.
금융불안에 맞설 마지막 의지처는 중앙은행이다.이는 주요국가들의 공통된 인식이기도 하다.일본은행도 또다시 「대장성 은행국 일본은행과」라는 비아냥을 듣지 않으려면 금융시스템을 떠맡고 있다는 자각과 함께 책임의식을 지녀야 할 것이다.
일본은행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일본은행법 개정작업을 대장성관료의 손에 맡기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개정은 초당파적 의원입법으로 진행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
[정리=노재현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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