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長官본인에게 책임 물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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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부패는 끝이 없는가.이양호(李養鎬)전국방부장관의 비리와 서울시 버스비리의 여운이 끝나기도 전에 이번에는 현직 보사부장관의부인이 업계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장관이 경질됐다.
부인은 남편은 모르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청 탁의 내용으로보나,뇌물액수로 보나,뇌물을 받았다 돌려준 시기로 보나,남편인장관이 몰랐을리 없다.그런데도 책임을 부인에게 미루고 발뺌하고있으니 인간으로서 치사스럽다는 느낌까지 갖게 된다.당연히 장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뇌물의 성격도 너무 저질이다.안경사들이 이권을 독점하기 위해 1만~10만원씩 모은 돈을 받아 챙겼으니 분별력도 없었고 체통도 차리지 못했던 셈이다.윗물이 이 지경이니 어떻게 아랫물이 맑기를 기대할 것인가.
이제는 고위 공직자들의 뻔뻔스런 부정에 대한 개탄이나 분노에앞서 남부끄럽다는 심정이 앞선다.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자기자랑은 대단하지만 막상 들여다 보면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고위공직자부터 이렇듯 썩고 썩어 부정부패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으니 말이다.
정부는 공직사회의 비리가 몇몇 특정 개인의 일탈(逸脫)행위인것이 아니라 구조화되고 관행화된 보편적 성격의 비리임을 깨달아야 한다.부패가 구조화되고 관행화돼 있다면 불거진 비리만 엄히처벌한다고 해서 비리가 없어지지는 않는다.마치 잡초를 낫으로 아무리 쳐내도 뿌리가 남아 있는한 얼마 뒤면 다시 자라나는 것처럼 아무리 엄벌해도 부패구조가 남아 있는한 부패와 비리의 행진은 계속되게 마련이다.사후 엄벌주의에서 벗어나 부패의 구조를깨는 개혁이 절실히 요구된다.
아울러 인사의 방식도 재고해야 한다.李전국방도 그렇고,이번 이성호(李聖浩)복지부장관은 더더구나 전임때 이미 비리를 저질렀는데도 전혀 모른채 재기용했다가 정부 전체가 얼굴에 먹칠을 하고 말았다.대통령만 돈을 안 받아서 무엇하나.바로 측근인 장관조차 그 뜻을 받들지 못하고 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우선 주위와 측근에 문제가 없는지부터 철저히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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