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기 왕위전 본선 6국' 실리를 다 내주는 劉9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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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기 왕위전 본선 6국
[제2보 (22~41)]
白.劉昌赫 9단 黑.安祚永 8단

(22~41)=어느 한 지점에 정신력을 모으는 일. 검도는 이 같은 집중력으로 촛불을 베거나 물을 자른다. 바둑의 집중력도 이와 마찬가지다. 베고 막아내는 공방전에서 마음이 털끝만큼이라도 분산되면 금방 허망한 수가 나오게 된다.

하지만 유창혁9단은 그같은 집념과 정신 모으기가 편하지 않다. 구름같이 몰려드는 다른 사념들이 마음을 허허롭게 만든다. 그리고 그같은 허허로움이 쥐어짜는 듯한 실리쟁탈전에서 한걸음 물러나게 만든다.

24는 이렇게 둘 수도 있는 장면이지만 그냥 실리를 내준 감이 있다. 상대는 물론 편안함을 느낀다. 마음이 분산된 劉9단에게서 좀더 치명적인 28이 등장했다.

28은 '참고도1'의 흑1로 받으면 백2로 끊을 생각이었지만 安8단이 29로 살짝 비키자 후속수단이 모호해졌다. 흑33에서 제대로 둔다면 '참고도2'가 맞다. 하나 이건 실리는 얻었지만 중앙의 공수(攻守)가 바뀐다. 25 등으로 실리를 허용하며 중앙공격에 초점을 맞춘 애초의 구상에서 크게 빗나가고 만다.

劉9단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방향을 수정하고 있다. 34 쪽에서 틀어막아 귀를 모두 내주고 두터움을 쌓았다. 귀는 참 크다. 굉장한 출혈이다. 그러나 지금의 劉9단은 통증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40도 A쪽에서 다가서는 것과는 집에선 하늘과 땅의 차이다. 하지만 劉9단은 다 내준다. 아무 꾀도 없이 중앙을 향해 전력을 집중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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