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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unday] 친환경 디자인 미니멀리즘이 열쇠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5호 35면

10월 14일 미국 애플사는 새로운 디자인의 노트북 제품을 발표했다. 전 세계의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그들의 발표를 지켜봤다. 발표자는 청바지를 입은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와 수석 디자이너인 조너선 아이브였다. 그들은 단상의 프레젠테이터들이 보통 하는 것과 달리 “판타스틱(fantastic)” “고어저스(gorgeous)”를 외치지 않았다. 대신 차분하고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노트북의 상판 부품을 객석에 넘겨 자세히 살펴볼 수 있게 했다. 그런 뒤 두 사람은 일명 ‘유니보디(Unibody)’라는 이름의 새로운 공법을 사용해 만든 이 제품에 자기들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설명했다.

“이 노트북의 가장 큰 특징은 물과 레이저로 깎아 만든 알루미늄 보디입니다. 이 덕분에 부품은 감소되고 제조 공정은 단축됐으며 비소와 수은을 일절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유해함은 줄었고 포장 또한 41% 줄었습니다. 유리와 알루미늄을 주 재료로 사용해 재활용도는 더 높아졌습니다.”

애플은 그동안 성능의 탁월함을 수치로 증명해 왔고 디자인의 미려함에 높은 자부심을 보였다. 성능과 디자인이 애플의 승부처였던 셈이다. 그랬던 애플의 승부처가 이번엔 환경으로 바뀐 것이다.

애플의 변화엔 외부적 요인도 작용했다. 전투적인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노트북에 비소와 수은이 녹아 있음을 지적하며 ‘독이 든 사과(Poison Apples)’라고 애플사를 맹비난했다. 그린피스는 패러디 사이트까지 만들어 세계 네티즌의 감성을 자극했다. 그린피스의 행위는 일부분 정치적인 목적도 섞여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그러나 그린피스의 방법을 거부했다. 자사 홈페이지에 ‘그리너 애플(A Greener Apple·더 싱싱한 사과)’이라는 제목으로 환경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실천 사항을 고객들에게 약속했다. 그리고 수년 동안 한 가지씩 제품을 개선했다. PVC 플라스틱과 유해물질을 없애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줄였다. 공학기술을 도입하고 연구를 거듭한 끝에 ‘재료와 공정을 단순화시키는 디자인’에 성공했다.

친환경과 디자인은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 그 핵심은 단순함과 실천 아닐까. 고도화된 사회에서 많은 것을 가지려는 욕심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하지만 이면엔 간편하고 단순한 것을 원하는 또 다른 본능도 있다. 휴대전화에 더 많은 기능을 넣기 위해 플라스틱 버튼을 없애고 화면을 직접 누르는 터치폰이 나온 것도 단순함을 찾는 본능과 관련 있다.

친환경 디자인이 특수한 웰빙 재료를 사용하거나 ‘자연을 보호하자’라는 구호를 새겨 넣는 것만은 아니다. 작은 부분에서 단순하고 효율적인 공정이나 디자인적인 미니멀리즘(Minimalism·최소주의)을 추구하는 것도 친환경적인 범주에 해당된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예로 들자면 재료가 무엇인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만들고 사라지는가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다.

애플의 주주총회에 참석한 그린피스 대원은 “환경을 위해 새로운 원칙을 발표할 생각이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스티브잡스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화려한(flowery) 호언장담이 친환경을 만드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보다 환경 문제를 이해하는 엔지니어 한 명을 고용하는 편이 더 낫다.”

친환경 디자인 마인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빛나야 아름답다는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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