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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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호 02면

할머니네 키 넘는 장대에 쇠 끌개를 연결해
바람이 찬, 시린 강물에 던집니다.
흰 거품이 섬진강의 고요를 깨고 일어납니다.
허리 굽혀 강바닥 모래 무더기에 꽁꽁 숨은
‘갱조개(재첩)’를 찾아 쇠 끌개를 훑어 올리니
재첩은 몇 없고 강자갈만 가득합니다.
불평 없이 던지고 또 던집니다.
닻줄을 앞뒤로 연결한 조각배는
강바람과 할머니의 용씀에 뒤뚱입니다.
산 그림자 드리운 강물에 묻히고,
강물은 소리 없이 흐르는 시간을 새깁니다.
삶의 무게가 허리의 고통으로 오고,
그 고통을 인내로 덮어 가며
쉬 보내기 힘든 삶을 저어갑니다.
늦은 오후, 섬진강은 아무 일 없는 듯 고요합니다.

PHOTO ESSAY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농사꾼 사진가 이창수씨가 사진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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