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북한 연락사무소 早期개설 '흐릿'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도쿄=이철호 특파원]빠르면 연내나 내년초께로 여겨졌던 미국의 북한 연락사무소 개설이 미국과 북한 양측의 막판 신경전으로불투명해지고 있는 분위기다.여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북한의 잠수함 침투사건.이 사건이 터지자 서울에서 현지 연수중이던 사무소 개설요원들이 최근 본국으로 돌아갔다.
이와 관련,도쿄(東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지난 10일 『그동안 미.북 연락사무소 개설협상은 두가지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연락사무소 개설은 빠른시일 안에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첫째는 미국 해병대의 평양 파견문제.미국은 테러.스파이 활동에 대비해 세계 전지역의 대사관과 연락사무소의 내부 경비.보안을 예외없이 해병대에게 맡기고 있으며 해병대는 미혼(未婚)사병을 따라붙여 대사의 보안까지도 감독하는등 독자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은 이런 관례에 따라 6명의 연락사무소 외교관과 함께 수명의 해병대 병사도 평양에 파견하겠다고 제의했으나 북한 군부가『미국과는 휴전상태인데 적병(敵兵)의 평양 입성은 수락할 수 없다』고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는 외교행낭과 함께 미국 외교관들의 판문점 통과문제.
미 국무부는 연락사무소 개설을 앞두고 평양의 생활환경을 현지점검한 결과 모두 기혼자인 연락사무소 개설요원들이 가족과 함께생활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북한측은 『외교단지에 입주하면문제없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측은 자녀교육과 쇼핑문제를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이에따라 미국은 가족은 생활시설이 완비된 서울 용산의 미군기지에서 생활하도록 하고,외교관들은 평일에는 평양의 연락사무소에서 근무하되 주말은 판문점을 통해 서울로 들어와 가족 과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보장해 달라고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에대해 북한 군부는 『외교행낭과 외교관의 판문점 통과는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는 것이다.미국은 최악의 경우 중국 베이징(北京)외교단지에 가족들을 입 주시키고 정기 항공편을 통해 왕래하는 방안을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