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미국의선택>클린턴 2期시대-上.對內外정책과 과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21세기를 향한 미국의 선택은 내려졌다.그러나 클린턴은 승리를 자축하기에 앞서 그 선택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이번 선거를 위해 그는 끊임없이 공화당의 이념을 훔쳐와야 했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그의 승리가 아니라 중도보수를 선점당한 도울 공화당 후보의 패배로 먼저 읽힌다.
선거인단 수만 비교하면 얼핏 클린턴의 압승처럼 보인다.그러나주별로 승자가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간선제의 마술일 뿐이다.실제로는 클린턴의 일방적 승리가 아니다.더구나 공화당의 의회 장악력은 변함없다.그동안의 스캔들에 덧붙여 불법선거 자금 유입설 등을 빌미로 사사건건 클린턴의 발목을 잡으려 들 것이다.도울의예언처럼 임기의 대부분을 법정증언으로 보내게 될지 모른다.이렇듯 국내 정치적으로 입지가 허약한 클린턴이 내정이나 외교에서 힘있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기는 힘들지 모른다.
선거전에서 클린턴은 연방적자 감소,실업률 저하등 장미빛 경제지표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그러나 앞으로 경제사정은 그리 좋아지지 않으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번 선거에서 확인됐듯 균형예산은 미국민 모두의 합의다.그러나 클린턴은 공약대로 의료비부조와 교육.범죄예방.환경분야등에 엄청난 돈을 부어넣어야 한다.획기적 조치가 마련되지 않는한 97년을 기점으로 적자폭은 다시 늘어날 것이다.또한 상승점을 돌아선 경제는 나빠져갈 것이란 분석이다.클린턴이 이번 선거에서 내세웠던 업적들이 하나하나 스러져갈 가능성이 높다.
사실 클린턴은 의료보장 정책의 개선으로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되고싶어했다.부인 힐러리가 추진한 개혁이 실패하면서 그는 올여름 공화당의 수정안을 조건부로 수용했다.그러나 그는 다시 여소야대의 국회와 맞서야 한다.자신의 조건을 관철시 키는게 더욱 어려워졌다.
클린턴 외교정책의 기조는 탈냉전시대에도 유일 초강대국의 지위를 여전히 유지하는데 있다.물론 인명손실과 경제적 부담을 피하면서 이루어야 하는 과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중동평화협상은 집권 1기 업적이라 내세워왔던 터다.그러나 이제는 자칫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게 될지 모를 상황이다.더구나 올해말 철수키로 했던 보스니아주둔 미군은언제 빼낼수 있을지 알수 없다.
클린턴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확대해 99년까지 동구(東歐)를 포함하겠다고 발표했었다.그러나 옐친대통령의 건강,불안한 크렘린의 권력투쟁,추가 재정지원 필요성등 「흔들리는 러시아」가 출렁이기 시작하면 NATO 확장은 생각보다 시급한 문제가 된다.그러나 NATO 확장에는 큰 돈이 든다.
동북아정책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대량살상무기 확산과 미사일수출에서 인권문제까지 걸려있는 중국이다.홍콩반환과 덩샤오핑(鄧小平) 사후 지도부개편등 불투명한게 한둘이 아니다.미국을 상대로최대의 무역흑자를 누리게 하면서 달래왔지만 요즘 엔 오히려 무역보복을 하겠다며 거꾸로 달려드는 판이다.북한도 성가시긴 마찬가지다.핵개발 동결을 외교업적으로 내세우지만 북한 내부사정 악화로 예상치 않은 사태가 발생할 경우 단시일안에 미국의 선택은곤혹스러워진다.중국도 미국의 통제밖 인 까닭에 한반도의 안정이깨지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길정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