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일로 학교세운 독지가 유언도 "장학금 50억 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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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평생 막노동.농사일로 수십억원을 모아 고교까지 설립했던 독지가가 운명하면서 또다시 50억원을 웃도는 자신의 재산을 장학기금으로 내놓아 화제가 되고 있다.인천시서구공촌동 대인학원이사장김병수(金秉秀.73.사진)씨는 5일 새벽 지병으 로 치료받던 인하대병원에서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인천시부평구부평동 대지5백평(시가 50여억원)을 장학재단에 기부할 것을 마지막 유언으로 남기고 눈을 감았다.
金씨는 충남부여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일찍부터 학업을 포기한채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노동판에 나서 나무꾼.머슴.막노동등 닥치는대로 일했다.
농사터를 찾아 중국 만주벌판을 전전하며 농사를 지었고 고국의흙냄새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되면서 8.15해방을 맞아 귀국,인천시부평에 정착했다.새벽에는 남의집 뒷간을 치워주고 돈을 벌기도 하는등 닥치는대로 일해 한푼두푼 돈이 모이자 조금씩 땅을 사 재산이 불어났다.金씨는 80년대 후반 인천지역에 고교가 부족하다는 소식을 들었고 즉시 『평생 가슴에 응어리진 못배운 한을 풀겠다』며 가족들을 설득해 자신이 어렵게 모은 재산 56억원으로 지난 91년3월 인천시서구공 촌동에 12학급의 대인종고를 설립했다.
이제 36학급에 1천8백여명의 배움터로 발돋움한 대인종고는 올해 서울대 8명,연.고대 40여명을 진학시키는등 비록 짧은 연륜속에서도 명문고로 발전했다.외아들 기돈(箕敦.30.사업)씨는 『장례를 치른후 가족들이 모여 아버지 유언을 따르기 위해 재산을 학교재단이나 다른 장학재단에 기증하든지,아니면 별도 장학회를 설립하는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인천=김정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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