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亞洲시장에 조준경 맞춘 독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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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독일의 콜 총리가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등 일본정부수뇌들과 회담을 마치고 2일 오후 귀국했다.
콜 총리는 지난달 25일 독일통일이래 다섯번째 아시아순방을 기록했다.
일본방문은 93년 7월 도쿄(東京)정상회담후 3년만이지만 이번 방문에서는 특별한 현안사항이 없었다.
그러나 주목적이 회담내용에서도 나타났듯이 독일과 일본간의 청소년교류와 첨단기술이나 환경분야에서 양국이 한층 더 협력해 나가자는 점을 확인하는등 미래지향적인 것임을 판단할 때 양국관계가 양호한 성숙단계로 들어섰음을 확인하는데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콜 총리는 유럽연합(EU)가맹국중에서는 총리직 재임기간이 가장 길다.
82년 10월 취임이래 올해로 재임 15년째에 접어들었다.이기간중 일본총리는 10명이나 바뀌었다.콜 총리의 방일 첫날인 10월31일은 옛서독 시절의 초대 아데나워 총리의 재임기록 5천1백44일을 앞질러 독일총리로서 금세기 최장기 간의 재임기록을 경신한 기념할만한 날이었다.
이보다 긴 기록은 19세기 후반 비스마르크의 19년 가까운 재임기간 뿐이다.방일중 콜 총리에게서는 장기집권에의 자신감이 흘러넘쳐 보였다.
최근 일본.독일간의 무역사정이 개선된 것도 콜 총리를 더욱 여유있게 해주고 있다.전반적인 무역수지는 여전히 일본의 수출초과가 계속되고 있지만 자동차에 한정할 경우 독일은 94년부터 흑자로 돌아선바 있다.
자동차는 독일의 최대산업이면서 동시에 독일인의 자랑거리이기도하다. 콜 총리는 벤츠.BMW.폴크스바겐 같은 독일산 차들이 일본시장을 쾌주(快走)하는 모습을 보고 대단히 흐뭇해했을 것이틀림없다.
콜 총리의 이번 일본방문은 인도네시아.필리핀등 동아시아 여러나라를 순방하는 일정의 마지막 매듭부분에 해당한다.뿐만 아니라독일산업연맹 회장.독일텔레콤 사장등 경제인 다수가 수행한 여행이기도 했다.이 점에서 콜 총리의 만만치 않은 아시아전략을 엿볼 수 있다.
EU의 모든 나라가 발흥기를 맞은 동아시아 제국에 강한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올해 3월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콜 총리를 비롯한 유럽 각국 정상들이 빠짐없이모여든데서도 명백해진다.
얼마전 콜 총리는 지멘스사가 태국에서 수주한 발전설비의 계약서 조인식에 일부러 시간을 내 참석하기도 했다.
아시아시장에 조준경을 맞춘 독일의 전략의 일단(一端)을 이번일본방문을 통해서도 간파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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