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머니’로 증시 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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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융당국과 증권업계가 22일 연일 추락하는 한국 증시에 ‘차이나 머니’를 수혈받기 위해 중국 베이징으로 총출동했다. 금융위기로 돈이 급해진 미국·영국계 자금이 한국 증시에서 돈을 찾아 떠나면서 주가의 곤두박질을 부추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증시(거래소 기준)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지난해 말 32.4%에서 21일 29.5%까지 낮아진 상태다. 한 참석자는 “지금 전 세계에서 그나마 투자 여력이 있는 것은 중국·중동계 자금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증권업협회는 이날 베이징에서 중국 은행·증권사 관계자 200여 명을 대상으로 첫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국내 증권·자산운용사 임원과 애널리스트 50여 명이 참석해 한국 경제 상황과 정보기술·자동차 등 업종별 전망을 설명했다. 전광우(사진) 금융위원장은 “한국은 외환보유액이 세계 6위이고, 기업·금융사의 재무 사정도 좋다”며 “과거 외환위기 때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황건호 증협 회장도 “한국 증시는 최근 선진국 지수에 포함되는 등 질적으로 발전했다”며 투자를 호소했다.

이날 행사에는 호주계인 한국맥쿼리그룹의 존 워커 회장이 발표자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한국이 외국인 투자에 적대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해”라며 “기업의 기초체력에 비해 주가가 많이 빠진 지금이 한국에 투자할 기회”라고 말했다.

중국 은행감독위원회는 6월 자국 은행의 한국 증시 투자를 허용한 바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앞으로 2~3년간 60억 달러(약 8조원)의 중국계 자금이 한국에 들어올 걸로 전망했다. 행사를 지켜본 중국 최대 증권사 중신(中信)증권의 탕훙린(唐紅林) 자산운용담당 수석부대표는 “한국 증시는 중국에 비해 성숙한 시장”이라며 “중공업·화학·자동차주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자금이 한국 증시에 대규모로 들어올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중국에 진출한 한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세계 금융위기로 중국 기관투자가 역시 많이 위축된 상황”이라며 “특히 현재로선 한국 증시의 투자 매력이 높다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중 ‘금융 핫라인’=금융위는 이날 전광우 위원장과 중국 은행·증권감독위원회 주석 간에 금융 ‘핫 라인’을 개설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로 번진 금융위기에 양국이 빠르게 공동 대응하기 위해서다. 중국 측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에 대한 원활한 자금 공급도 약속했다.

 베이징=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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