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자반고등어'후속 '서울 하늘아래' 방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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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30대 후반의 장년이 된 제자들과 이제 할머니가 다된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이 한지붕 아래 산다면 어떤 모습이 벌어질까.
선생님은 여전히 제자들의 행동이 마음 놓이지 않아 수시로 잔소리를 쏟아내고 제자들은 우물쭈물 고개를 수그리다,먼 산을 바라보다 이른바 면전선(面前善)에 바쁠 것이다.
바로 이런 상황이 MBC TV가 『자반고등어』후속으로 11일부터 내보내는 일일연속극 『서울 하늘아래』(극본 김재덕,연출 정인)에서 펼쳐진다.
주말연속극 『서울의 달』과 일요아침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에서 서민의 꿈과 애환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렸던 정인PD가 다시한번 장기를 발휘,서울 변두리 지역을 무대로 초등학교 담임선생님 집에 세들어 살게 된 세명의 동창생 이야기를 훈훈한 분위기속에서 엮는 것.
모범생이었지만 만년대리자 홀아비 고거봉(김창완 분)은 담임선생님 한문자여사(남능미 분)의 마음을 늘 아프게 한다.전형적인샐러리맨으로 시인이 되려는 꿈을 가진 그는 담임선생님의 큰딸(김영란 분)남편이 돼 처가살이를 하는 부동산소개 업자 이웅호(길용우 분)와 생각이 달라 항상 티격태격하는 사이다.우직하고 다소 엉뚱한 구석이 있는 보일러기술공 구경만(박경순 분)은 두동창생간의 긴장을 풀어보려고 늘 마음고생이 심하다.
그러나 세사람이 한지붕 아래 살게 된 연유를 보면 이들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사업에 실패한 웅호가 처가살이를하게 되자 그의 빚보증을 서줬던 거봉은 빈털터리가 돼 그를 따라 들어왔다.경만은 웅호와 거봉의 함께 살자는 간곡한 부탁으로마지막 세입자가 됐다.
서울 하늘아래 이들의 안식처가 된 안채(한여사와 둘째딸)와 그 잇댄 이층 슬라브방(웅호부부),작은 문간방(거봉),그 옆 큰 문간방(경만과 처,세명의 아들)이 드라마의 주무대다.
카메라는 이따끔 담임선생님의 둘째딸(김정아분)이 운영하는 피아노학원으로 옮아간다.이곳을 무대로 거봉과 만화가게를 하는 그의 동생 고명대(이진우 분)가 둘째딸을 놓고 형제간 밀고 당기는 사랑다툼을 벌이기 때문이다.
한여사집 맞은 편에서 남편과 이혼하고 외동딸과 살며 미니슈퍼를 운영하는 금옥네(김해숙 분),그 뒤편으로 이 골목 뭇남성의흠모를 한몸에 받는 남마담(임경옥 분)의 카페,그 바로 옆으로한여사의 골칫덩이인 남동생 한병태(박상조 분) 가 운영하는 이발관이 외곽무대를 이루고 있다.
가끔 이 골목에 일명 「으악사」 음정국(오지명 분)이 한여사의 환심을 사기 위해 나타나 『으악새 슬피우니…』를 불러대면 동네에 한바탕 소란이 벌어진다.그러나 이골목 사람들은 일상에선맞부닥치고 티격태격하지만 서로에게 잃었던 꿈과 향수를 일깨워주는 진정한 이웃으로 다가온다.
수십년간의 깊은 인연으로 맺어진 극중 인물들,식상하지 않을 인물성격,이것을 소화해내는 가수 김창완의 「무공해」연기와 남능미.길용우 등의 관록연기가 배합돼 모처럼 가족시간대(오후 8시25분)의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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