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멍 뚫린 국가기간시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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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항만.공항.특수연구시설 등 국가의 기간시설물들에 대한 경비체계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본지 10월28~31일자 참조).
북한 잠수함침투사건이 아직도 마무리 안된 상태에서 이렇듯 다른중요 시설물들 역시 경비와 보안이 허술하다니 걱 정이다.
밀수와 밀입국이 날로 늘어나고 외항선을 통해 무기까지 밀반입되는 현실인데 항만경비는 구멍이 뚫려 생각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보세구역은 물론 선박에까지도 접근이 가능하고,어떤 특수 연구소의 경우 연구소 구내도로가 택시들의 샛길로까지 이용될 정도라니 너무 한심하다.테러에 가장 취약한 공항에서조차 텅빈 망루와 허술한 경비로 비행기까지 접근이 가능하다니 관계기관들의 보안(保安)불감증은 위험수준을 넘어섰다.
어느 나라든 테러.산업스파이 등의 주요 표적물이 되는 국가기간시설물에 대해서는 군사시설 못지 않게 철저한 통제를 한다.국가안전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당연한 조치다.하물며 우리같이 북한이라는 명백한 적(敵)을 눈앞에 둔 나라로서는 말할 나위도 없다.호시탐탐 위해(危害)의 기회를 노리는 세력을 눈앞에 두고도 평화로운 나라들보다도 오히려 경비가 허술하대서야 말이 되는가. 이렇게 된데는 전반적인 국가기강의 해이와 관련이 있다.북한 잠수함이 며칠사이에 수차례 오가고,좌초까지 됐는데도 발견이안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문제가 생겼을 때만 며칠 반짝 긴장하는척 하다가 시간만 지나면 다시 느슨한 옛날로 돌 아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공직자들이 평일 근무시간에 골프를 치고 다닐 정도의 기강이니 알만하지 않은가.
경비시스템의 낙후와 제도결함도 큰 문제다.노리는 쪽은 첨단의침투장비를 보유하고 있는데 막는 쪽은 30~40년전 방식에 의존해 있다고 한다.인공지능센서.광케이블센서.폐쇄회로TV시설 등현대화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고,현실에 맞지 않는 청원경찰법 등도 손을 봐 장비와 인력이 유기적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인력의 철저한 교육훈련과 전문화도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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