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간 넓고 감성에 호소하는 소형차가 대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19일 막을 내린 프랑스 파리모터쇼에서 세계 자동차업계의 디자인 트렌드를 움직이는 세 거장을 만났다. 아우디의 슈테판 질라프(46), 르노의 패트릭 르케망(61), BMW의 아드리안 반 호이동크(44)다. 모두 소속 회사의 디자인 총괄이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자동차 디자이너에 꼽힌다. 이들은 “소비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성능보다는 디자인에 의해 구매를 결정한다. 앞으로 디자인 파워에 따라 업체의 흥망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소형차가 대세라고 한다. 소형차 디자인의 특징은.

▶질라프=“소형차는 대형차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 제약이 있다.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적절한 재료를 생각해야 한다. 대형차는 비교적 원가에서 자유롭지만 소형차는 그렇지 않다.”

▶호이동크=“고유가 시대가 오기 전부터 BMW는 앞을 내다보고 있었다. 3시리즈보다 더 작은 1시리즈를 개발했고 이번 모터쇼에는 소형 SUV인 X1 컨셉트카를 선보였다. 새로 나온 7시리즈는 이런 추세에 맞춰 더 커졌지만 무게는 적게 나가도록 만들었다.”

▶르케망=“앞으로 세계 자동차는 공간이 넓고 연비를 좋게 하는 공기역학을 감안한 소형차가 주도한다. 소형차는 경제적인 부분과 친환경 요소에 적합하다.”

-아우디는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싱글프레임)이, BMW는 사람 신장 모양의 키드니 그릴이라는 통일감을 주는 디자인 요소를 갖고 있다. 이런 게 중요한가.


▶질라프=”멀리서도 라디에이터 그릴만 보고도 어떤 차인지 알 수 있는 디자인 통일 요소는 고급 차의 기본이다. 그런 점에서 싱글프레임은 모양은 조금씩 달라지더라도 지속적으로 아우디를 대표할 것이다. 아우디 디자인은 우아함·진보성·스포티함 세 가지가 주축이다.”

▶호이동크=“키드니 그릴과 같은 고유한 디자인 요소 때문에 지나가는 아이들도 BMW라는 것을 다 안다. 적어도 고급 차엔 꼭 필요한 요소다. 키드니 그릴의 모양은 비율이나 폭에 차이를 두어 차종별로 변화를 준다.”

▶르케망=“르노 같은 대중차 업체에는 이런 게 중요하지 않다. 르노의 경우 문을 열고 실내를 보면 따뜻한 느낌이 나 운전하고 싶어진다. 외관은 고객에게 상상력을 줘야 한다. 그렇다고 난해한 것이 아니라 직관적인 게 좋다. 딱 보았을 때 좋은 느낌이 나야 한다.”

-디자인 트렌드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질라프=“자동차는 시즌별로 컬렉션을 만들어내는 패션 디자인과 다르다. 6년 전부터 디자인 작업에 들어간다. 그 당시 유행에 민감한 차를 만들면 6년 후에는 유행이 끝날 확률이 높다. 가장 좋은 것은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것이다.”

▶호이동크=“감성에 호소하는 디자인이 트렌드가 될 것 같다. BMW는 감성을 엔지니어링 단계에서 반영하는 디자인 능력을 갖고 있다.”

-기아차는 피터 슈라이어가 디자인을 맡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평을 받는다. 헤드의 역할과 책임은.

▶질라프=“경영진에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을 제시하고 추천하는 것이다. 또 브랜드 파워를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하는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뿐만 아니라 고객 자신도 몰랐던 새로운 욕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호이동크=“디자인팀이 최대한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내야 한다. 또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경영진과 의견이 달라도 필요할 때는 정확히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헤드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하는 한국인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질라프=“우선 아침에 제일 먼저 출근하고 저녁에 가장 늦게 퇴근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리더로 사람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나야 한다. 자신 역시 뛰어난 창조성을 갖고 있어야 하고 팀원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줄 수 있는 축적된 경험이 중요하다.”

▶호이동크=“당연히 디자인 실력이 뛰어나야 한다. 자신의 작품에 비판적일 수 있어야 하고 만족해서는 안 된다. 헤드는 또 경영진을 설득해야 하고 엔지니어와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르케망=“가장 중요한 것은 차를 사랑해야 한다. 다음에는 스케치를 많이 하고 재능과 상상력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은 팀워크를 잘 유지하는 것이다. 르노에도 한국인 디자이너가 네 명이 있는데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한국인의 자질은 대단하다.”

파리〓김태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