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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재즈는 음악으로 표현된 언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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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요즘 음악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재즈」라는 단어가 여기저기 등장하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때로는 음악외에도 영화제목.상품이름.책제목,심지어는 노래방 간판 한구석까지 재즈라는 단어로 장식되고 있다.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 즈의 정확한의미를 제대로 모른채 사용하거나 남용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거품 재즈의 유행』이라는 이야기가 자주 거론되는데 그것은 아마도 이같은 현상을 염려하는 사람들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라고 짐작된다.
하지만 나 자신은 막상 이런 것들에 그리 부정적이지는 않은 편이다.무엇이 재즈건,혹은 재즈가 아니건 간에 이러한 현상들이모두 다 시작을 의미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일단 이렇게 시작된바에는 방향을 바로 잡아주고 좀더 진솔하게 재즈 의 감각을 사람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바로 전문가들이 해야 할 커다란 임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시대가 많이 달라져 시중 음반가게에서도 재즈역사에 남는 명반을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다.하지만 『나도 재즈 한번 들어볼까』하는 막연한 마음가짐에서 무심코 구한 음반이 오히려 재즈는 너무 어려운 음악,혹은 나와는 체질적으 로 맞지 않는 음악으로 속단해 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쉬운 예로 재즈를 대표하는 위인 마일스 데이비스의 작품을 살펴보자.그는 실로 많은 스타일의 음반들을 냈지만 되도록이면 쿨재즈 시대의 음악을 어느 정도 이해한 후에 프리재즈나 퓨전초기의 명반을 듣는 것이 훨씬 유익하지 않을까 생각한 다.존 콜트레인의 음악이 너무 난해한 것 같으면 그의 『발라드』 앨범부터듣는 것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다.이런 것들마저 어렵게 느껴진다면 스티비 원더나,혹은 데이비드 포스터와 같이 재즈의 영향을 받은 팝음악,또는 비비 킹이나 앨버트 킹과 같은블루스 음악부터 듣기를 권하고 싶다.
재즈 거장중의 한 사람인 듀크 엘링턴은 『세상에 단 두가지 음악이 존재할 뿐이다.하나는 좋은 음악,다른 하나는 좋지 않은음악이다』는 명언을 남겼다.
재즈를 이해한다는 것은 마치 한 언어를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마치 어린아이가 말을 배우듯이 하나하나 익숙해진다면 재즈의 신비한 음악세계와 좀 더 친숙해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서울예전 강사.기타리스트〉 한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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