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구멍뚫린국가사설>1.항구는 열려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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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항만.공항.특정연구시설 등은 보안이 바로 생명이다.이때문에 이런 국가중요시설은 어느 나라든 비상사태에 대비해 물샐틈없는 경계.경비를 펴는 것이다.최근 북한의 잠수함 침투와 최덕근(崔德根)영사 피습사건 등 안보 위협이 잇따르면서 이 들 시설에 대한 경계강화의 필요성이 어느때보다 강조되고 있다.그러나 본사특별취재팀의 점검 결과 이들 시설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음이 드러났다.아무나 드나들게 놔두는 초소,경비원 없이 비어있는 망루,있으나마나한 울타리 등….국가중요 시설의 허술한 경계.경비실태를 긴급 진단한다.〈관계기사 3면〉 [편집자註] 지난 15일 오후10시30분 부산 감천항의 한 초소.연간 하역량이 7백만에 이르는 이 항구는 최근 러시아.중국 소속 대형 외항선들의출입이 잦아지면서 밀수뿐만 아니라 무기밀반입까지 이루어지는 「요시찰 관문」이다.
잠바차림의 건장한 청년 2명이 초소 철제문을 열고 바다쪽으로걸어갔지만 제재하는 사람이 없었다.관세법상 이곳을 드나드는 모든 사람과 물품은 초소의 철저한 검색을 받게돼 있지만 구호에 불과해 보였다.초소안에 세관원과 청원경찰이 있었 으나 한명은 잠들었고,다른 한명은 TV를 보느라 「출입통제」는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이 청년들은 50쯤 들어가 전날 중국에서 고철을 싣고온 외항선 W호에 접근,선원들과 20여분쯤 접촉한뒤 유유히 걸어나왔다.
30분쯤 지나 또다른 30대 남자 3명이 몰려들어 갔지만 역시 검문검색은 없었다.초소 내벽에 액자로 걸려있는 「접근자는 모두 경계하라」「접근은 제1의 공격이다」등의 근무수칙은 모두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취재팀은 8,9일과 15,16일 4일간 외항선이 들어오는 전국 6개 항중 부산 감천항과 목포 외항의 경계경비 상태를 밤낮으로 점검했다.
대통령훈령 제28호에 따라 항구.공항등 국가중요시설은 출입절차및 경비시설과 인력운용면에서 특별한 통제를 받게 돼 있다.
그러나 최근의 남북관계 경색으로 국가중요시설에 대한 특별경계령이 내려져 있었지만 항만의 경비상태는 한마디로 엉망이었다.
***2면 「시리즈」 로 계속 나 최근의 남북관계 경색으로 국가중요시설에 대한 특별경계령이 내려져 있었지만 항만의 경비상태는 한마디로 엉망이었다.
***[ 1면 「시리즈」 서 계속 ] 사람뿐 아니라 차량도 형식적인 절차마저 없이 「논스톱」으로 부두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육안으로 쉽게 구별되는 외국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초소를 거치지 않은채 출입했고 초소안을 거치더라도 신분증이나 용무를 묻지 않았다.어쩌다 한번씩 짐을 가득 실은 트럭을 한바퀴 돌아보는 것이 검색의 전부였다.
검색장비도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금속탐지대나 X-레이 검색대가 설치돼 있지 않은 초소가 많았다.그나마 금속물질을 갖고 통과해도 반응을 보이지않는 「무용지물」의 금속탐지대도 적지않은 것으로 확인됐다.철조망같은 외곽경비시설도 관련 규 정에 크게 못미칠뿐 아니라 구멍까지 나 있었다.그런데도 세관측은 『근무수칙에 따라 물샐 틈 없이 철저히 검색하고 있어 문제될게 없다』고 주장했다.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이윤근(李潤根)교수는 『국내 시설경비 수준은 아직도 20~30년전의 법령.체제에 묶여 새 기술습득이나 교육훈련이 전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전문성이 크게 떨어지지만 그나마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으니 큰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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