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액한도 싸고 '폭탄주협상' 실패-支準率 절충 뒷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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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총액한도를 삭감하지 않으면 지준율을 못 내립니다』(한국은행),『그러나 삭감폭이 50%를 넘으면 안됩니다』(재경원).
22일 오후4시 서울강남구역삼동 한국은행별관에서 열린 재정경제원 및 한국은행 관계자들의 정책협의회는 2시간 동안 평행선만달렸다.지급준비율 인하와 연계된 총액대출한도 삭감폭을 둘러싼 논쟁이었다.양측은 저녁시간에 폭탄주까지 돌리며 절충을 시도했으나 허사.지준율을 평균 2%포인트 정도 낮춘다는데는 애초부터 별 이견이 없었다.문제는 지준율을 낮춤에 따른 2조8천억원 가량의 통화증발을 어떻게 흡수하느냐는 것이다.
한은은 처음부터 중소기업용 정책자금 대출재원으로 나가는 총액한도대출을 줄여 흡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반면 재경원은중소기업 대출재원 축소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감안해 어떻게든 총액한도 삭감을 막거나 줄여 보려는 입장.양측의 대치상태가 한달 이상 계속되는 가운데 금융시장의 혼란이 가중됐고 급기야 청와대가 나서면서 지난 22일 오전 재경원.한은이 다시 정책협의회 자리를 마련한것.
실마리는 하루를 넘긴 23일 오전 시내 모호텔에서 한승수(韓昇洙)부총리와 박재윤(朴在潤)통상산업부장관.이석채(李錫采)경제수석.이경식(李經植)한은총재가 가진 4자회동에서 풀렸다.조찬을겸한 이날 회동에서 李한은총재는 총액한도 삭감외 에는 대안이 없다는 입장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협상과정에서 지난 4월 지준율 1차인하 당시 재경원의「위약(違約)」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고 한다.당시 재경원은먼저 지준율을 내려 주면 총액한도를 적당히 줄여 주겠다고 구두로 약속했지만 결국 통화채발행으로 흡수하는 방 식을 택했었다.
이날 오후 韓부총리는 청와대등과 접촉을 가진 후 한은의 주장을 수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어쨌든 韓부총리는 『경제논리를 택했다』,李총재는 『뚝심을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손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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