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 우승에 고베 열광-일본시리즈 뒷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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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오릭스 블루 웨이브 선수들의 유니폼 소매에는 올시즌 내내 눈에 띄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간바로 고베,드림 투게더(고베여 다시 뛰자,함께 꿈을 꿔보자).』 효고현 남부지진이 일어난지 1년9개월.24일 밤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꺾고 19년만에 일본시리즈의 패권을 움켜쥔 오릭스의 승리는 고베의 재기나 다름없었다. 고베 중심지는 이날 밤늦게까지 시민들의 환호로 가득찼다.감격해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다.지진으로 만신창이가 된 고베시에 다시 웃음소리가 퍼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오릭스 응원단장 가와우치 쓰요시(53).고베시내에 있는 그의양복점은 지진으로 무너지고 가족들도 다쳤다.소중히 모아온 오릭스의 기념품 1천점도 고스란히 콘크리트더미에 묻혀버렸다.그는 시합이 끝나자 자신이 재봉틀로 직접 만든 「축! 우승! 큰 꿈과 감동에 감사합니다」라는 길이 10의 대형 플래카드를 스탠드에 내걸었다.
하지만 우승 순간 고베의 그린 야구장 스탠드에는 당연히 보여야 할 인물이 보이지 않았다.고바야시 도모아키(당시 70세.청과물상).오릭스의 전신인 한큐규 브레이브스를 고베로 유치하는데결정적 공로를 세웠던 그는 집에서 자다 무너져내 린 지붕에 깔려 숨졌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일본시리즈의 오릭스 우승 확률은 12분의1.그러나 1차전 연장 10회에서 이치로가 결승홈런을 날린뒤 팀의 분위기는 바뀌었다.자신감으로 가득찼다.결과는 4승1패.특히지진이 할퀴고 간 고베 야구장에서 오릭스가 마지 막 대미를 장식하자 고베 시민들의 감동은 더했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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