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전통 조각보 가꾸기 45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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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얼떨떨합니다. 45년간 자수와 보자기에 매달려왔을 뿐인데…." 대한주부클럽연합회가 수여하는 '제36회 신사임당상' 수상자로 선정된 초전섬유.퀼트박물관 김순희(73)관장은 10일 "바늘만으로 살아온 삶인데"라며 겸손해했다. 신사임당상은 매년 뛰어난 예능과 봉사 정신을 실천한 55세 이상의 여성이 받는다.

언니 둘과 오빠가 모두 외국 유학을 다녀올 정도로 부유한 집에서 태어난 金씨는 어릴 적부터 취미로 자수를 배웠다.

이화여대 교육학과에 다니던 중 한국전쟁이 터져 가세가 기울었다. 金씨는 그때부터 학비를 벌기 위해 바늘을 잡았다.

金씨가 가장 애착을 가지는 것은 한국의 조각보들. 그는 "조각보에 사계절 다른 천을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면서 "색상이나 바느질에서 한국의 조각보가 서양의 퀼트에 비해 월등하다"고 말했다. 한국 조각보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어 1998년 서울 남산동의 자택을 헐어 초전섬유.퀼트 박물관을 지었다.

그는 고교 시절 은사를 위해 손수 수놓았던 자수 작품을 제1호로 등록했다.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 기간 중 일본 잡지에 실리는 바람에 일본인 관광객들이 부쩍 늘었다고 귀띔했다. "관객들이 전시 작품을 보면서 '우리 어머니.할머니가 하던 것'이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1000년간 서민을 통해 전해 내려온 자수를 더 발전시켜야지요. 앞으로 우리 조각보를 외국에 더 알리고 싶어요."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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