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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男·폐경 女 빈혈 땐 위궤양·당뇨병 의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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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이 우리 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체중의 8%. 양으로는 5ℓ정도다. 그러나 이 페트병 서너 개의 적은 양이 일궈내는 인체 내 기능은 경이롭다. 하루 10만번 온몸을 순환하며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불필요한 노폐물을 배설기관에 전달한다. 체온 유지, 균 제거 등 인체가 항상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도 피의 역할이다.

혈액은 액체성분인 혈장이 55%, 이 혈장에 떠도는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의 세포가 나머지를 구성한다. 혈액질환은 바로 이들 혈장 속의 고형물질인 세 종류의 세포가 병 드는 것이다.

◇적혈구 이상=적혈구의 가장 큰 역할은 산소 공급. 수명은 120일이다. 가장 흔히 보는 이상은 혈색소(헤모글로빈) 감소로 인한 빈혈이다. 성장기 어린이와 여성에게 많은데 실제 빈혈이 있는 가임기 여성이 10%나 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다. 원인은 실혈로 인한 철결핍성 빈혈. 다행히 부족한 철분을 몇 달 보충하면 해결된다.

성인 남자나 폐경 후 여성에게서 빈혈이 나타나면 질병의 한 증상으로 봐야 한다. 즉 위궤양.치질 등 본인이 모르는 출혈이 있거나 암.신장병.당뇨병.만성 간질환 등이 빈혈과 관련 있는 병들이다. 이땐 원인질환 치료를 함께 해야 한다.

적혈구가 많아도 문제다. 고산지대에서처럼 적혈구가 산소 운반량을 늘리기 위해, 혹은 암.부신질환.신장질환.선천성 등 원인은 다양하다. 과다한 적혈구 제거를 위해선 필요한 만큼 피를 제거한 뒤 혈장 성분만을 보충해 주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백혈구 이상=백혈구는 면역기능과 포식작용을 통해 외부로부터 내 몸을 보호한다. 백혈구는 크게 호산구.호중구.단구.림프구로 나뉜다. 군대 조직과 같이 기능은 조금씩 다르지만 크게 외부 세균이나 이물질을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세균감염.바이러스 감염.암.스트레스를 받을 땐 증가하고 장티푸스.말라리아.홍역 등에 감염됐을 땐 오히려 수치가 감소한다.

또 알레르기 질환이나 기생충 감염시엔 호산구가 증가한다. 종종 건강검진에서 수치 이상이 발견되는데 동반되는 증상이 없을 땐 지레 걱정하지 말고 재검사를 받으면 된다.

가장 널리 알려진 백혈구 이상은 암에 걸린 백혈구가 계속 만들어지는 백혈병. 암세포 증식으로 백혈구 수치가 몇 만~몇십 만까지 증가한다. 다행히 항암치료.골수 이식 등으로 어린이는 80% 이상, 성인은 30~40% 가량 완치된다.

◇혈소판 이상=혈소판은 지혈 및 혈액응고 작용을 한다. 보통 피 1㎣ 속에 15만~50만개가 존재한다. 8만~10만개 정도만 돼도 수혈 없이 개복수술 등 큰 수술을 받을 수 있고, 4만~5만개면 일상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없다.

그러나 큰 수술을 받을 땐 일시적으로 혈소판 수혈로 수치를 올려줘야 한다. 이 수치가 1만5000개 이하로 급감하면 뇌출혈 등 위중한 출혈이 저절로 생겨 위험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

혈소판 수치를 떨어뜨리는 가장 흔한 원인은 혈소판에 대한 항체가 생겨 발생하는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

어린이들은 주로 감기 등 바이러스 질병을 앓고 난 뒤, 어른은 자기세포를 적으로 알고 파괴하는 자가면역반응으로 나타난다. 특별한 증상 없이 주로 다리나 입안에 붉은 반점이 여기저기 생긴다. 출혈 위험도 높고 또 일단 피가 나면 잘 멈추지 않으므로 필요하면 혈소판을 보충해 주면서 면역치료를 받아야 한다.

출혈.빈혈.골수.증식성 질환.염증.가와사키병 등으로 혈소판이 75만개 이상 증가하는 병도 있다. 치료가 필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혈전증 위험이 있을 땐 아스피린 등 혈소판 기능장애를 일으켜 수치를 줄이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도움말:서울대병원 소아과 안효섭 교수,병리학 지제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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