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毒性폐기물의 갈 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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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포 국제공항을 관리.운영하는 회사의 고위간부 3명이 항공기폐수를 무단방류한 혐의로 구속되고 유수 항공사의 항공기 관리담당 자회사가 같은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비행기 동체(胴體)를씻어낸 물쯤이야 아무데나 버려도 괜찮지 않겠느냐 는 생각도 이제는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됐다.그만큼 환경관리, 즉 수질 또는토양오염방지에 관한 감시기능이 엄격해졌다는 증거다.
비행기 동체를 씻어낸 물도 방빙제(防氷劑)인 프로필렌 글리콜이 포함되면 유독물질이 된다.기체가 얼지 않도록 뿌리는 이 화학물질은 지정(指定)폐기물이기 때문에 반드시 정화처리장이나 지정폐기물 공공처리시설을 거쳐야 한다.배수처리시설이 고장났다고 이것을 그냥 하수도로 방류하면 수질및 토양오염의 원인이 된다.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포함된 폐기물의 처리에 있어 우리의 환경적 대처는 아직 유치(幼稚)하다.매립용 공공처리시설도 전국에세군데밖에 없다.경제규모의 팽창과 함께 유해물질 배출업소와 유독성 쓰레기배출량은 나날이 늘어나는데 이에 대처 하는 수단은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다.일반 폐기물보다 훨씬 위험한 지정폐기물에 대한 관심이 아직 희박하다는 증거다.이번 사건도 김포공항의 폐수처리시설 또는 폐기물관리상태를 철저히 점검했으면 사전방지가 가능했을 것이다.또 국제공항같은 첨단시설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환경의식도 문제다.좀더 환경친화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유해물질은 미량(微量)으로도 각종 질병과 유전자변형및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유해물질에 의한 오염여부는반드시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사후 확인.적발은 이미 엄청난 피해를 낸 뒤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사후약방문(死後 藥方文)밖에 안된다.다른 공항은 물론 전국의 유해물질 배출업소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있어야 하겠다.아울러 전문가들이 권고하는 「환경 위해성(危害性)평가제도」를 확립,유해물질의 위험을 막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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