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옴부즈맨칼럼>件件마다 핵심 못짚고 "두루뭉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옴부즈맨칼럼을 통해 중앙일보 욕좀 실컷 하라는 주문이다.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욕을 먹을까 몸을 사리고,자기 욕을 하면 펄펄 뛰던 사람들이 욕을 자청하고 나섰으니 이건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욕을 자청할 정도가 됐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붙었고,제모습을 추스를 줄 알게 됐다는 것일터인데,그렇다 치더라도 마음밭의 터전이 없고서는 욕을 수용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이란 너나 할 것 없이 칭찬받는 것을 더 좋아한다.경우에 따라서는 칭찬이 더 할 수 없는 욕이 되는 수가 있는데도그걸 좋아하는 얼빠진 일이 흔히 벌어진다.칭찬이 욕이 되는 이치와 마찬가지로 욕이 칭찬이 되는 수도 있는데,욕과 칭찬을 분명히 분별할 수준이 아니고서는 감히 욕을 자청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한주간의 중앙일보 지면에서 욕먹어야 할 것들을 들자면 한두가지가 아니다.그 중에서도 마이클 잭슨과 관련된 기사는욕좀 먹어야 할 것 같다.마이클 잭슨의 내한은 그의 공연도 공연이려니와 김수환(金壽煥)추기경과의 만남이 지닌 상 징적인 의미를 너무 소홀하게 다룬게 아닌가 싶다.
나는 마이클 잭슨과 金추기경의 만남을 특히 두가지점에서 주목했었다.첫째는 잭슨에 대한 거센 비판과 비난의 소용돌이가 金추기경과의 만남이 발표된후 일전(一轉)돼버렸는데,도대체 그런 만남을 꾸민 기막힌 연출자가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둘째는 잭슨이 속(俗)중의 속이라면 金추기경은 성(聖)을 머리에 이고 있는 어른인데,속과 성의 만남이 어떤 모양으로 벌어지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안타깝게도 전자(前者)의 관심사항에 대한 기사는 눈을 씻고 봐도 한 줄도 보이지 않았다.후자(後者)의 기사도 성과 속의 만남을 고스란히 드러내는데는 미흡함이 있었다는게 나의 느낌이다.
여러 사람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지만,잭슨과 金추기경의 만남은 더할 수 없이 감동적이었다고 한다.본래 성(聖)이란 글자가 귀(耳)와 입(口)이 하늘과 통한다는 뜻을 지닌 것이기도 하거니와 속된 노래라 할지라도 그것은 성(聖)과 통하고 ,노래하는 이는 비록 속(俗)이 상징하듯 골짝(谷)의 낮은 위치에 있다고할지라도 하늘의 영감(靈感)과 영광(榮光)을 함께 한다는 것을깨닫게 해주기에 충분하지 않았나 싶다.
사실 잭슨의 내한공연과 그 주변에서 벌어진 상황은 문화적 마찰뿐만 아니라 세계 일류급과 비(非)일류급의 부조화(不調和)를드러낸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일류지향의신문이 지면제작에서 겨냥해야 할 방향이 무엇인 지도 시사해 주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잭슨과 관련된 기사에 사족을 하나 덧붙이자면 중앙일보는 그의이한(離韓)기사에서도 끝마무리를 충실히 하지 못했다.잭슨은 출국하면서 청원경찰 박기랑(朴紀郎)씨에게 『제복이 마음에 든다』며 선물로 줄 수 없느냐고 했고,朴씨는 기념촬영 과 함께 제복윗도리와 모자를 선물했다는 이야기가 중앙일보에는 한 줄도 나가지 않았다.
이런 이야깃거리 기사를 빠뜨리거나 소홀히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이런 기사의 구전(口傳)을 통한 전파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며,이런 전파력이 결국 신문구독의 선호를 가름하는 결정적 구실을 하게 되는 법이다.
뿐만 아니라 기사의 끝마무리를 제대로 한다는 것은 마치 상품의 완벽성이 지고(至高)의 가치인 것처럼 일류신문을 결정짓는 조건의 하나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비단 잭슨 관련기사 뿐만 아니라 지난주에 단행된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 고위인사의 기사에서도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구석이 드러나고 있다.
발표기사 중심으로 처리하게 마련인 군인사 기사는 인물 프로필을 다루는 솜씨에서 우열이 드러나기도 한다.한데 중앙일보는 프로필기사의 학력부문을 처리하는데 있어 어떤 사람은 고등학교까지출신교를 명기했는가 하면,상당수 사람의 프로필에 서는 출신고교를 누락시켜버렸다.군인사는 육사 출신과 비육사 출신의 구분과 함께 출신고교가 관심거리임에 비춰 아쉽기 그지 없었다.
***경제용어 사용 부정확 지난주의 중앙일보에 실린 경제기사가운데서 특히 환율 관련기사는 우리나라 경제기사의 잘못된 정형과 관행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달러에 대한원화환율이 「급등」하고 있다는 기사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급락」하고 있 다고 써야만 한다.달러에 대한 우리나라 돈 값어치가 떨어지는 것을 일컬어 환율이 오른다고 씀으로써 착각과 환각(幻覺)을 자아내는 일은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할 줄 안다.
비록 그것이 지금까지의 관행이고,다른 신문이 그렇게 쓴다고 할지라도 잘못된 것은 하루 빨리 고치는 것이 옳고,그런 점에서는 중앙일보가 앞장서주기를 바란다.
경제기사일수록 용어(用語)의 사용이나 개념파악이 국제적 기준과 정확하게 일치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강조해두고 싶다.
(본사고문) 이규행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