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商 권병호씨 왜 이양호 前국방장관 비리 흘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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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양호(李養鎬)전국방장관의 군사기밀 유출및 인사청탁 의혹은 무기거래상 權병호씨가 국민회의에 제보하면서 불거져나왔다.당초 5월께 權씨의 첫 제보를 접한 국민회의측은 權씨의 제보내용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판단,즉각 폭로를 자제했다 .이후 자체 검증을 벌여 자신감을 얻은 국민회의는 국감 막판에 비리를 터뜨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적기(適期)를 노려왔다.
그러나 국감 마감을 이틀 앞둔 17일 李전장관이 갑작스레 경질돼 비리의혹을 서둘러 폭로하게 됐다는 설명이다.국민회의측은 모종 경로를 통해 이 사실을 알게된 청와대가 정치쟁점화할 것을꺼려 서둘러 개각을 단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제 보자 權씨는 국방위원인 천용택(千容宅).정동영(鄭東泳)의원등에게 접근,비리내용을 제보했다.기무사.방송사등에도 비슷한 제보를 했으며 지난해에는 당시 장준익(張浚翼)민주당의원에게도 제보했었다는 후문이다. 국민회의는 군출신으로 李전장관의 선배이기도 한 千의원의 입장을 고려,민간인 출신의 초선인 鄭의원에게 폭로역을 맡겼으나사실 확인은 千의원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9월초순 權씨를 만났다는 千의원은 『李전장관의 자필서명이 적힌 무기구매 계획서를 받아보고 사실확인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그렇다면 왜 權씨가비리내용을 야당에 흘려줬는가.
이에대해 국민회의측에서는 李전장관과 權씨 사이에 돈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무기판매권등 이권을 제공받는 대가로 李전장관등에게 상당한 선(先)투자를 했을 것이란 얘기다.
국민회의 관계자는 『94년까지만 해도 둘 사이는 아주 좋았던것같다』며 『CDS 구매계획서에 李전장관이 자필사인까지 한 것은 李전장관이 權씨에게 예의를 다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러나 CDS사업이 백지화되는등 일이 틀 어지는 바람에「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게되자 이에 앙심을 품은 것이란 해석이다. 權씨가 공공연히 『공군참모총장 되는데 도와줬다』『李전장관이 둘 사이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떠벌리고 다닌 점이나,千의원을 찾아온 李전장관이 『5년동안 사기꾼에게 끌려다녔다』『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고 잠이 안온다』고 말한 점등 이 두사람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음을 추측케하는 대목이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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