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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광주비엔날레 탐방기 ① 올해의 예술을 소개합니다

중앙일보

입력

총 66일간 펼쳐지는 제7회 광주비엔날레가 중반기에 다다랐다. 마감일은 11월9일, 아직 여유가 있으니 예술기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비엔날레 광장으로 눈돌려볼 일이다. 광주비엔날레는 광주시 전역에 걸쳐 도시 자체를 무대로 삼고 있다. 때로는 역사적인 건물이, 때로는 생활의 냄새가 물씨 풍기는 시장이 갤러리가 된다.
크게 구분해 보면 총 다섯 곳이 전시회의 주 무대. 그중 메인이 되는 곳은 광주광역시 중외공원에 있는 비엔날레관이다. 버스터미널에서 약 20여분 정도 소요되니 셔틀버스를 이용해서 움직이자. 비엔날레 홈페이지에서 셔틀버스 운행시간과 경로를 파악해두면 비용과 수고를 덜 수 있다. 미처 챙기지 못했다면 고속버스 안내센터에 문의를 해도 된다.

광주 비엔날레관


올해 광주비엔날레의 큰 주제는 ‘연례보고 (Annual Report)’이다. 문자 그대로 한 해 동안 세계 각처에서 전시됐던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관객들에게 보고를 한다는 뜻이다. 주제가 너무 무미건조한 것이 아니냐는 어느 기자의 물음에 비엔날레 예술 총 감독 오쿠이는 ‘비엔날레는 멋을 부리기 위한 축제가 아니라 충실한 보고의 장이 돼야한다’고 화답하여 관객들의 머리를 끄덕이게 했다. 비엔날레 공간에서 이루어져야 할 작업의 성격을 재차 이해하기 됐기 때문이다. 예술 감독 오쿠이 엔위저 (Okwui Enwezor)는 전시기획에 명성이 높은 미술평론가로 2007년 스페인의 세비야비엔날레에서 전시총감독을 맡았었다.
장소는 총 5개로 나뉘지만, 큰 타이틀 아래 다시 분류되는 소주제는 다시 세 가지다.
첫 번째 소주제는 현대 미술의 동향을 반영하고 있는 ‘길 위에서(On the Road)’, 두 번째 소주제는 ‘제안(Position Papers)’이다. 다섯 명의 젊은 큐레이터들의 제안과 실험적인 작업들로 구성돼 있다. 국내 미술계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주제다. 세 번째 소주제는 ‘끼워넣기(Insertions)’다. 개성이 강렬한 작가들을 따로 분류하여 개별 전시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다섯 곳의 무대 동선과 이 세 가지 소주제를 충분히 숙지했다면, 이제 비엔날레 메인 전시장으로 향해 보자.

한스하케의 작품


첫 번째 전시관 둘러보기
셔틀버스나 시내버스에서 내린 후 중외공원 입구에서 메인 전시관으로 향하면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제 1 전시관’으로 들어가게 돼 있다. 이곳에는 총 18개 영역의 작품이 선정돼 있는데,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것은 요하힘 숀펠트(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네 명의 음악가’라는 작품이다.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응구니(Nguni)소와, 암사자, 독수리, 공작을 박제로 만들어 역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아올린 이 작품은 고전동화 ‘브레멘의 4명의 음악가’를 희화시켜 재현했다. 이 사실적이면서도 오묘한 형상을 하고 있는 작품을 두고 관객들은 저마다의 해석을 하느라 흥미로운 표정들이다. 이 작품을 남보다 좀 더 정확하고 특별하게 감상하고 싶다면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12시 사이에 입장해야 한다. 작품구성의 한 부분인 배경음악이 이 시간에만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시간 제약을 받는 음향설치기능이 다소 아쉽지만 음성 기능이 포함된 작품이 적지 않은 탓에 소란스러움을 방지하려면 일련의 제약이 불가피해 보였다. 요하힘에 이어서 미국작가 브루스 요네모토와 케리 제임스 마셜 등 여러 작가들의 작품이 계속되는데 한국 작가로는 ‘문탠’ 시리즈의 박진아와 ‘진흙 시(詩)’ 퍼포먼스를 선보인 조은지의 작품이 인상적이다.

액자로 된 책


‘제 2전시관’에서는 모두 18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이곳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크게 사랑받고 있는 작가는 단연 한스하케(독일)다. 한스하케는 고요한 배경 속에 극적인 역동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전시관에 설치된 그의 작품 “넓고 하얀 흐름”은 매우 간단한 소품만으로도 생명력을 발산한다. 전시실 한 구역 상단에는 커다란 백색의 천이 파도처럼 넘실댄다. 허공에서 율동하는 그 형상은 관객들의 발길을 한참 붙들기에 충분할 정도로 신비롭다. 하케는 지난 1969년부터 뉴욕에 주로 기거하며 감각적이면서도 정치적인 미술세계를 탐구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이후 미술계의 동향에 큰 영향을 미치며 활동 중이다.
한국 작품으로는 아버지와 아들이 2인1조로 활동하고 있는 조동환과 조해준의 다큐멘터리 형식의 드로잉 작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작품은 관객들이 책장을 넘기듯 액자를 넘겨보는 감상 모습이 독특하다. 책을 읽듯 드로잉을 넘겨보면 그들의 개인사와 가족사를 시간별로 감상할 수 있는데 관객들은 이를 통해 작가가 표현해놓은 한국사회의 다양함을 엿볼 수 있다.
‘3전시관’ 내부에서는 드로잉 작품과 비디오 영상물이 부쩍 눈에 띈다. 이곳에는 명성보다는 열정으로 충만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자유로운 상상력의 향연이 펼쳐지는 만큼 어린이들에게도 인기 만점이 공간이다. 이어지는 ‘4전시관’에서는 큐레이터 김장언의 ‘다섯 작가의 전시’를 볼 수 있는데 색채가 강렬한 중국작가 빙위(Bingyi)의 작품이 시선을 끈다. 독특한 영상작품이 많았던 ‘5전시관’에서는 총 7명의 작가가 참여해 공간을 메웠다. 그리고 그 중 분쟁지역의 삶을 다룬 인도 작가 쉴파굽타의 영상작품 ‘카쉬미르의 삶’이 인도와 파키스탄의 국경상황을 잘 잡아내 관객들의 시선을 독차지 했다.

광주 비엔날레에 참가한 한 시민이 관람후기 직접 그리는 중이다. 비엔날레가 끝날 무렵 시민들의 그림을 전시할 예정이다.


이번 비엔날레는 유명한 작가들 위주가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작가들의 세계를 엿보는 것이 주된 목표이다. 아이들을 동반한 가벼운 주말 나들이 코스로도 썩 괜찮을 만큼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래서인지 가벼운 차림으로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무르익은 가을 주말, 일상과 예술적 체험을 공유할 수 있는 광주 비엔날레로 출발하길 권한다.

워크홀릭 담당기자 설은영 enyoung@joongang.co.kr

200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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