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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문화의 행동주의자 앙드레 말로 추모열기 후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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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8일 서울에선 한 특이한 모임이 열렸다.『인간의 조건』의 작가로 프랑스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낸 앙드레 말로(1901~76)서거 20주년을 맞아 프랑스 문화부가 한국 문화체육부와 공동으로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회관에서 「문화의 지방 분권화와 공공재정」을 주제로 문화정책 세미나를 가진 것.이 자리에는 프랑스측에서 크리스티앙 파틴 문화부차관.알렝 롱바르 문화부 국제국장등이 참석,프랑스 문화정책에 대한 폭넓은 소개와 함께 양국간문화발전을 위한 의견교환을 가졌다.
이번 세미나는 94년부터 프랑스 문화부가 매년 세계 각국을 순회하며 개최하는 「말로와의 만남(Rencontres Malaux)」행사의 일환으로 한국에서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이번모임은 지난 58년 「강력한 문화국가」를 표방한 드골대통령에 의해 초대 문화부장관에 임명된후 10년간 「행동하는 문화정책」을 추구,대내외적으로 프랑스 문화의 위상을 높인 그의 족적을 살펴보는 자리이기도 했다.
한편 11월23일 말로 서거 20주기를 맞는 프랑스는 그가 이날 팡테옹(萬神殿)으로 이장(移葬)되면 추모열기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미 전국 2백여개 도시에서 사진전.토론회.강연회가이어지고 있으며 영화관에서는 말로를 그린 『영웅 의 초상』이라는 단편영화가 상영되는등 「말로의 가을」을 맞고 있다.프랑스 정부는 이미 말로 서거 20주기를 맞아 현 파리근교의 베리에르르뷔송 묘지에서 그를 프랑스「위인 묘역」인 파리 팡테옹으로 이장하기로 결정한바 있다.팡테옹으로의 이장은 뼈나 재만의 이장이지만 한 인물을 역사적 성인(聖人)으로 승격시킨다는 의미를 가짐으로써 거창한 국가적 행사로 치러진다.
말로는 58년 제5공화국 출범이후 문필가로선 처음으로 팡테옹에 안치됨으로써 생텍쥐페리.알베르 카뮈.장 폴 사르트르등 쟁쟁한 문필가들을 따돌리고 대문호 위고.졸라의 반열에 올라선 셈이다.그러나 일부에서는 말로의 이장이 그의 자격보다 드골주의의 정통 계승자를 자처하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정치적 제스처에 기인한 것이라고 깎아내리는 시선도 없지 않다.
금세기 프랑스 문학의 큰 축인 참여문학 기수이기도 한 말로는25년 중국 광둥(廣東)폭동을 소재로 한 소설 『정복자』(1928),인도차이나를 무대로 한 『왕도』(1930),상하이(上海)혁명을 다룬 『인간의 조건』(1933)등을 통 해 행동하는 인간상의 새로운 전형을 창출함으로써 문학사에 큰 획을 그었다.
그는 동양문화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여 데뷔작 『서구의 유혹』(1926)을 통해 서구문명의 한계와 함께 동서문화 교류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인간의 조건』 에서는 「실천되지 않는 사상은 사상이 아니다」는 유명한 명제를 남기기도 했다.
최성애 전문기자 파리=고대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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