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가 주최하는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방한한 제프리 셰이퍼(사진) 씨티그룹 부회장은 16일 “세계 금융위기가 한국엔 위기인 동시에 큰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미 재무부 국제경제 담당 차관보에서 1997년 씨티그룹 글로벌마켓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뉴욕 코리아 소사이어티와 미국 내 한국경제자문위원회 멤버로 참여하며 한국의 금융위기 때마다 조언을 해왔다.
-이번 금융위기 원인은.
“원인은 많다. 그러나 본질은 인간의 본성이다. 돈을 빌려주고 갚는 일을 반복하면서 많이 빌려 높은 수익을 올리는 데 사람들이 익숙해졌다. 금융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기보다 투기적으로 굴리게 된 것이다. 이는 인간의 본성에 가깝다. 앞으로도 비슷한 위기를 반복해서 겪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카드대란 당시 ‘한국의 신용위험 몰이해’가 부실의 원인이라며 질타했다. 또 대출관행도 문제 삼았다. 최근 금융위기 전개 과정을 보면 미국과 유럽 등 선진 금융시장이 그동안 이머징마켓에만 이중잣대를 들이댄 게 아닌가.
“아니다. 똑같은 원인으로 지금 미국이 고통받고 있지 않은가.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 중국에 가서 기업 지배구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정작 미국에서 (회계 부정으로 야기된) 엔론 사태가 터졌다.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중요하다는 건 어디나 마찬가지다. 다만 미국 내부의 부실을 그때 몰랐을 뿐이다. 자산이 급격하게 불어나면 위험 신호인데, 서브프라임이 확산될 때 위험신호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다. 이제 한국 사람들이 ‘미국도 별 수 없구나’라고 상대적인 만족감을 느낄 것 같다.”
-그런데 외국 신용평가사와 언론들은 계속 한국의 건전성을 문제 삼는다.
“일부의 얘기다. 한국은 외환위기나 카드대란 당시의 고통스러운 교훈 덕에 금융시스템을 잘 갖췄다고 본다. 금융을 떠받치고 있는 한국 기업도 튼튼하다. 수출시장을 다변화해 경쟁력을 두루 갖춘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
“규제의 방향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금융기관의 건전성 등 한쪽만 바라보면서 정작 소비자에게 소홀했다. 또 당장 급한 불을 끄겠다면서 금융회사 종사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치했다.”
안혜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