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쓰지만 藥'으로 수용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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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솜방망이」가 「철퇴」로 변했다.16일 밤늦게까지 열린 국회통산위원회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 대한 국정감사 분위기는 싸늘했다. 지난해 국감때는 『정부에 건의할 내용이 없나.경영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느라 고생이 많다』는 식의 격려성 내용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이날 국감은 호통과 질책으로 바뀌었다.
15대 총선을 코앞에 둔 지난해 국감에서 여야 가릴것없이 중소기업에 대한 선심성 발언으로 일관했던 것과는 대조를 보였다.
그러나 이날의 「질책」중 중소기업으로선 뼈아픈 내용도 적지 않았다. 중소기업 경영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수의계약 제도를편법으로 운영해 일부 조합임원 회사들이 물량을 독식한 것이라든지,정부가 배려한 개인휴대통신(PCS)주식배분을 둘러싸고 빚어지는 중소기업경영인간의 갈등등이 그것이다.
기협중앙회장 출신의 국민회의 박상규(朴尙奎)의원조차 『중소기업의 자금변통에 활용되고 있는 공제기금의 대출금리가 시중금리에버금가는 12%에 이르면서 금리인하를 요구할 입장이 되느냐』고꼬집었다.
총매출 2천억원이 넘는 중견회사들을 이끌고 있는 박상희(朴相熙)회장에 대한 자격론까지 거론됐다.법으론 아무런 하자가 없지만 일반인의 정서로 볼때 중소기업 범주를 넘어선 기업을 운영하면서 영세 중소기업들의 처지를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같은 직격탄이 쏟아지자 기협중앙회 일각에선 괘씸죄가 적용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기협중앙회가 통산위의 일부의원들까지 서명한 「외국인 근로자 고용법」제정을 겨냥해 「입법부는 어느 나라를 위한 국회인가」고 강력히 반발한 것 을 두고한 말이다.의원들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선 이 법이 통과돼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노동조건을 국내 근로자와 동등하게 할 경우 연월차수당.상여금 지급등으로 경영부담이 가중돼 중소기업 경영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기협중앙회가 이번 국감의 따끔한 질책을 국회의원에 대한 도전으로 오해(?)된 것이 주원인으로 치부하지 말고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사업확장과 시장개방 확대의 틈새에서 고전하고 있다해서 개선돼야 할 일까지 감쌀 순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좋은 약은 쓰지만 몸에 좋다」는 격언처럼 기협중앙회가이번 국감의 지적내용을 잘 새기기를 기대한다.국회의원들도 「격려」에서 「채찍」으로 돌변(?)한데 대한 설득력을 갖기에는 어딘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고윤희 경제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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