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흔드는 '정치자금 攻防'-미국 대통령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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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클린턴 대통령의 일방적 승리로 순조롭게 마무리되는 것 같던 미 대통령선거에 작은 파문이 일고있다.민주당에 대한 인도네시아리포그룹의 정치헌금에 불법의 냄새가 난다는 주장이 언론에 의해제기되면서 공화당측 정치인들이 일제히 클린턴 진 영을 공격하고나섰다.여론조사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크게 뒤져오면서도 마땅한 역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던 공화당으로서는 호재를 만난셈이다.공화당의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은 15일 『이번 스캔들이 74년 닉슨을 하야시킨 워터게 이트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견하면서 사법당국의 엄정한 조사를 촉구했다.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리포그룹은 인도네시아계로 미국내에 9개의 현지 법인을 거느리고 있다.이 기업들은 그동안 민주당에 약 1백만달러를 기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공화당 측이 문제 삼는 것은 이 정치헌금들이 아칸소 주지사 시절의 클 린턴과 절친했던 인사들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그들이 모두 리포그룹과 사업상의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다.정치헌금의 대가로 리포그룹에 이권이 건네졌을 수 있다는 의혹이다.그러나 공화당측의 이런 공세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이 클린턴의 재선을 막기는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리포그룹 헌금과정의 불법성을 하나하나 밝혀내기는 선거자체에서 클린턴을 이기기보다 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따라서 16일 저녁(현지시간)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2차 TV토론에서 봅 도울 후보가 불법을 뒷받침하는 명백한 증거없이 이 문제를 섣불리 꺼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다만 빌 클린턴 대통령의 신뢰성을 문제삼는 연장선상에서는 넌지시 거론할수 있을지 모른다.
민주당 측은 영주권자나 외국기업 미국법인의 헌금은 합법인데 무슨 소리냐는 투다.실제로 언론보도의 추세도 투표권이 없는 영주권자에게 헌금을 허용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는 쪽으로 번져갈길 바쁜 공화당의 의도와는 어긋나기도 한다.미 국의 주요 언론이 이 문제를 비중있게 다루는 것은 공화당을 편들어서가 아니라 외국 기업들이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게 못마땅해서라는분석도 있다.
워싱턴=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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