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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소송제 도입 신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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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대의제 민주주의를 보완하고 민선 자치단체장을 견제하기 위한 의미에서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제도 도입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법제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주민투표제와 주민소송제, 그리고 주민소환제 등 제도 도입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러한 대의제 민주주의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 도입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제도 도입은 어디까지나 한 쪽에 치우치는 불균형을 해소하고 정책의 균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주민소송제의 경우 지역주민의 권리는 대폭 강화하는 반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공무원의 행정업무를 대폭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 발전에 역행하는 부분이 많으므로 개선돼야 한다.

우선, 지방분권의 기본원칙인 선 분권.후 보완 측면에서 사실상의 지방분권이 선행돼야 한다. 먼저 국가사무와 재정을 지방으로 이양하고, 이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공무원의 재무 행위에 대한 책임은 미국과 일본의 경우처럼 '위법한 재무행위'에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칫 주민소송의 범위를 '부당한' 재무 행위까지 확대 도입하게 되면 주민소송이 남발될 우려가 크다.

그리고 주민소송제는 집단소송의 성격이 강하므로 지방자치단체의 인구 규모에 따른 일정수 이상의 다수 주민이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주민소송에 있어 전치(前置)주의를 필수적으로 규정, 소송 전 반드시 주민소송을 거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소송 남발을 막아야 한다. 그래서 법원의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지방자치단체가 사전에 자율적으로 시정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줄 필요가 있다.

아울러 주민소송은 공익소송의 성격을 지니므로 승소에 따른 보상금 지급은 바람직하지 않다. 내부 고발자에 대한 유인책 등을 위해 승소 보상금을 지급하게 되면 지역주민을 위해 보다 열심히 일해야 할 지방공무원들로 하여금 복지부동을 부추기게 하며 지방행정을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도 일본의 경우처럼 승소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지방자치단체가 소송비용 등 실비보상을 해주는 것은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마지막으로 주민소송제는 국민소송제와 연계해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대의 적은 예산을 다루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공무원에 대한 주민소송도 필요하다. 하지만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국가예산을 다루는 모든 선거직 공무원을 비롯한 중앙공무원에 대한 국민소송제 도입 역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주용학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