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현역 대장 구속사태의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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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현역 육군 대장이 개인 비리 혐의로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창군 이래 없던 사건이다. 군은 물론 국민에게도 충격이다.

수감된 신일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의 자세한 혐의는 아직 알 길이 없다. 군 검찰이 접근을 막고 공식 브리핑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구속 영장에는 申부사령관이 군단장과 현직에서 부대공금과 위문금.복지기금 등 1억5000만원을 횡령했다는 혐의가 적혔다고 한다.

우선 공금 횡령이 사실이면 실망스럽다. 그동안 군에는 크고 작은 부패 사건이 꼬리를 물었다. 모두 군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행위들이다. 고위 장성을 비롯한 장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다. 그 보상은 명예와 그에 따르는 국민의 존경과 신뢰다. 특히 대장은 군의 최고계급이면서 상징성을 갖는 영광된 자리다. '별 중의 별'인 대장이 공금을 횡령했다니 평생 몸바친 군에 누를 끼치는 일이다. 또한 申부사령관은 대미 군사협력의 최고위급 채널이다. 상대국에도 면목 없게 됐다. 당국은 철저히 진상을 수사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동시에 우리는 군 내부에서 나오는 다른 목소리도 주목한다. 빼낸 돈을 접대비.경조사비 등에 사용한 혐의 내용이 상당 부분 군에서 관행으로 행해지던 일들이라는 주장도 그 하나다. 그렇다면 군 지휘부 누가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사태가 악화하면 배경 논란도 불거질 우려가 있다. 당국은 더욱 공정하고 깔끔하게 수사 마무리를 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불법이긴 하나 관행인'비리에 대한 제도 개선과 의식개혁 작업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이 불거진 뒤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은 입을 모아 "음해성 투서는 끝까지 처벌하겠다"고 다짐했다. 내부에 개탄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입증하는 사례다. 군에서 진급을 위해 동료나 선후배를 비방하거나 모함하는 행태가 판을 치고 있다면 매우 걱정이다. 당국은 이번 기회에 군의 혼탁한 인사 풍토도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