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시화호 소금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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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앙아시아 아랄해(海)는 40년전만 해도 세계에서 네번째로 큰 내해(內海)였다.그러나 지금은 6위로 밀려났다.크기는 5분의3으로 줄었으며,수량도 절반으로 줄었다.고깃배가 정박하던 항구는 사막이 됐고,특산물인 철갑상어.돌잉어는 멸종 됐다.겨울은옛날보다 훨씬 춥고,여름은 훨씬 더워졌다.
재앙은 1950년대 시작된 면화농업에서 비롯됐다.관개(灌漑)를 위해 아랄해로 유입되는 아무다리야.시르다리야 두 강의 물줄기를 돌린 것이 화근이었다.그때까지만 해도 아랄해는 매년 유수량(流水量) 54.8입방㎞와 강수량 5.9입방㎞가 유입되고,60.7입방㎞가 증발함으로써 절묘한 균형을 이뤘다.그러나 강물 유입이 대폭 줄자 수위(水位)는 계속 낮아졌고 사막이 나타났다. 더욱 큰 문제는 오염이다.면화재배에 화학비료와 농약을 과다하게 사용,흙과 물이 오염되고 염도(鹽度)가 높아졌다.물이 증발한 곳에선 중금속과 소금이 바람에 날림으로써 주민들의 건강에악영향을 미쳤다.각종 암.유산 또는 기형아 출산. 순환기장애 등이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환경단체들은 아랄해를 세계 최악의 환경재해지역중 하나로 꼽고 있다.
관개는 농업생산량을 크게 높인다.관개농지는 세계 전체농지의 15%에 불과하지만 전체 수확의 33%를 차지한다.그러나 물관리를 잘못하면 수자원고갈은 물론 토양의 염류화(鹽類化)를 초래한다.모든 물은 일정 양의 염분을 포함하고 있고, 건조지역의 물은 더 많이 포함하고 있다.특히 바다를 막아 만든 간척지는 염분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수로및 배수(排水)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물의 증발과 누수로 흙속에 염분이 집적돼 염류화를초래한다.세계 약 2억㏊의 관개농지 가운데 매년 20만~30만㏊가 염류화로 인해 불모지(不毛地)로 변해가고 있다.
「죽음의 호수」 시화호주변 개발지구가 소금밭으로 변하고,바람에 실린 소금기가 부근지역에 날아가 농작물뿐 아니라 주민건강에큰 피해를 주고 있다는 소식이다.시화호 개발은 80년대초 중동붐이 퇴조하면서 국내에 돌아온 건설인력.장비를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입안됐다.이 과정에서 환경에 관한 고려는 전혀 없었다.환경을 무시한 개발이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다 주는가를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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