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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테이스팅 파티 연출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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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제대로 알려면, 많이 마셔보는 것이 최고

와인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와인을 많이 마셔 보는 것이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고 이론적으로 와인을 많이 알고 있다고 한들, 직접 와인을 마셔본 사람 앞에서는 아무런 이야기도 할 수 없다.

이는 외국인에게 우리의 김치 맛이 아무리 좋다고 설명을 하는 것 보다는 직접 먹어보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것과 마찬가지다. 제주도를 이해하기 위해 책을 읽고 사진을 본다고 한들, 한번이라도 갔다 와 본 사람이 하는 이야기는 더욱 생생하다.

와인 시음의 체계적인 체험을 통해 우리는 좀 더 쉽게 와인 세계를 이해하고 이를 더욱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직접 자신이 주체가 되어 주변의 친한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불러 와인 테이스팅 파티를 열어보자. 이는 와인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즐거운 사교 모임으로 승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당신은 이날의 가장 멋진 주인공이 될 것이다.

◇ 와인 테이스팅 파티 연출법

1. 가능한 한 10명 미만으로 구성 해서 한 병의 와인을 모든 사람들이 마실 수 있게 한다.

2. 제대로 된 와인 잔을 충분히 준비해 둔다. 일인당 마시게 될 와인 1병씩 해당하는 와인 잔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 즉, 6가지의 와인을 테이스팅 한다면 일인당 배당되는 와인글라스도 6개가 있는 것이 좋다. 만약에 와인 잔이 부족하다면 적어도 일인당 화이트와인과 레드 와인용으로 각각 1개씩은 준비한다.

3. 몇 가지 와인을 마셔야 하는지 특별한 기준은 없다. 그러나 필자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6종류가 적당하다. 더 많이 마시면 와인의 맛을 보는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너무 많은 알코올을 마시면 거침없이 와인을 마시게 되는 경향이 있다.

4. 충분한 물을 준비. 왜냐하면 너무 와인을 많이 마시면 탈수현상이 있을 수 있다. 탄산수가 와인 잔을 헹구는 데에도 좋고 입안에 남아 있는 와인을 제거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5. 빈 물통을 준비해 사람들이 입안에 있는 와인을 뱉어 버릴 수 있게 한다. 이것은 와인을 즐기는 것이 아니고 단지 와인의 맛을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특별히 중요하다.

6. 와인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치즈, 비스킷 혹은 식빵을 준비 한다. 특별한 맛과 향이 없는 심플한 비스킷이나 식빵은 입안을 깨끗하게 하는 역할을 하기에 다음 와인을 시음할 때 좋다. 또한, 치즈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데 사실 치즈는 와인의 맛을 더욱 높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혹은 치즈의 맛을 높인다고 할 수도 있겠다.)

7. 날씨가 더울 때엔 에어컨이 있는 서늘한 방에서 와인을 시음하도록 권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와인을 제대로 즐길 수 없을 것이다.

8. 적당한 분위기는 훨씬 더 즐겁고 유쾌한 와인 시음 파티가 되도록 도와준다. 적당한 조명과 부드러운 백그라운드 음악(재즈음악 같은)은 훨씬 더 큰 효과를 준다. 물론, 진짜 와인 프로는 아마도 이러한 분위기를 싫어할 수도 있겠다. 심각한 시음이라면 햇빛에 가까운 밝은 조명으로 와인의 색을 잘 볼 수 있게 밝히고 조용한 분위기가 더욱 이상적일 수 있다.

9. 종이와 펜을 준비하여 사람들이 와인 시음 시 자신들의 테이스팅 노트를 쓸 수 있게 한다.

10. 마지막으로, 마음껏 즐겨라. 구태의연하고 고리타분한 행사로 만든다면 당신이 가지게 되는 마지막 와인 테이스팅 이벤트가 될 수도 있다.

◇ 이상적인 테이스팅 파티 유형들

단계 1 : 초보자 단계 – 포도 품종별 테이스팅
이 유형은 다른 포도품종의 와인들을 비교하는 형식이다. 가능하다면 같은 생산업체 혹은 지역 그리고 같은 빈티지 년도를 가진 와인들을 가지고 시음 한다. 가장 인기 있는 대표 포도품종들을 사용하여 비교 시음을 해본다. 예를 들면, 레드 와인에는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피노누아(Pinot Noir), 멜로(Merlot), 진판델(Zinfandel) 그리고 가메이(Gamay)를 준비하고 화이트와인에는 샤도네(Chardonnay),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세미용(Semillon), 리슬링(Riesling) 그리고 게뷰르츠트레미너(GewÜrtztraminer)를 준비한다. 각 포도품종에 따른 와인의 색과 맛의 차이를 확인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단계 2 : 중급 단계 - 각 나라별 테이스팅
이 유형은 각기 다른 나라에서 생산되는 같은 포도품종을 비교하는 형식입니다. 특히 프랑스나 스페인과 같은 와인의 역사가 오래된 국가부터 미국이나 호주와 같은 새로운 와인의 역사를 가지고있는 나라들 까지 다양하게 선택 하는데 같은 범주의 와인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와인의 가격은 같은 품질인데도 나라 혹은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올바른 방향을 주지는 못할 것 입니다. 와인을 만드는 스타일 특히 오크의 정도 질감과 와인의 과일성향을 평가하는 것을 배우시기 바랍니다.

단계 3 : 중급 단계 - 와인 가격에 따른 테이스팅
이 유형은 같은 포도품종이지만 가격 별로 다른 품질을 비교하는 형식이다. 한가지 방법은 프랑스의 경우, 보르도와 같은 큰 단위의 지역에 있는 각기 가격이 다른 특정 샤또 (Chateau = 와이너리)의 와인들을 비교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같은 생산자가 만드는 와인 중 리저브 급의 와인이 그 아래 등급의 와인들을 비교하는 것도 좋다. 이러한 시음은 와인의 가격에 따라 표현되는 와인의 향기와 질감을 배울 수 있다.

단계 4 : 고급 단계 - 버티칼 빈티지 테이스팅
같은 생산자인데 다른 빈티지(생산년도)의 와인들을 비교 하는 방식이다. 이런 경우 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포도로 만든 와인들을 가지고 다른 빈티지의 와인들을 맛보는 것이다. 이 정도 단계가 되면 와인들의 선택은 적어도 중급 이상의 고급 와인들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날씨가 와인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배우게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좋은 해의 와인들은 과일 맛과 향이 강하고 입안에 남은 여운이 더욱 좋은 경우가 많다.

단계 5 : 고급 단계 – 블라인드 테이스팅
이 단계 까지 오면 어떤 와인이든지 간에 좋다. 와인 병을 천으로 가리고 와인의 맛을 보고 포도품종, 지역 그리고 심지어는 와인의 빈티지를 추측해 보는 것이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대체적으로 아주 좋은 와인들을 가지고 시음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위에서 서술한 5가지 유형에서 좀 더 다양한 형식으로 변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더욱 즐거운 테이스팅 파티를 하기 위해서는 주최하는 당신에게 전적으로 달려있다.

최성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