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OECD가입과 세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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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이사회는 한국의 29번째 회원국 가입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OECD는 1948년 유럽 국가들 중심으로 설립돼 그후 미국.일본 등이 가입한 국제기관으로흔히 「선진국 클럽」이라고도 부른다.따라서 OE CD가입을 한국이 선진국이 됐다는 증거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그러나 OECD에는 체코.헝가리.폴란드 등 결코 선진국이라고 볼 수 없는과거 동구권 국가들이 이미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그러므로 OECD가입과 선진국 진입을 같은 개 념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그러면 한국의 OECD가입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번 OECD가입은 94년 가을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세계화」를 선언한 후 세계 무대에 한국을 공식적으로 등장시킨 첫작품이다.즉 OECD가입을 통해 한국이 시장개방과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보장이라는 세계경제의 물결을 받아 들이 고 그안에서 활동하겠다는 약속을 국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이같이 세계화를 향한 거대한 수레바퀴가 움직이기 시작했는데도불구하고 세계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이러한 현상은 「세계화」라는 용어가 가진 의미를 명확하게 이해하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세계화는 크게 두가지 의미로 사용한다.첫째는 「세계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고,둘째는 「우리는 세계화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첫째 의미로 사용하는 세계화는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지금 세계 구석구석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가 동질적이고 같은 방향으로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이같은 변화에는 크게 두가지 특징이 있다.우선 어떤 나라든지 정치지도자가 추구하는 목 적은 경제발전한가지로 수렴된다는 점이다.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이건,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 대통령이건,10년전이라면 제각기 다른 국내정치 상황속에서 민주주의 실현.정권유지 등 서로 다른 목적과 동기를 가졌음직한 정치지도자들이 이제는 자 국의 경제발전.실업률 감소등 똑같은 목표를 추구하기 시작했다.이제 경제발전과 경쟁력 향상은 모든 정치지도자들에게 최대 관심사가 된 것이다.
또 하나 정부의 규제완화조치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점이다.미국은 70년대말 카터 대통령이 주도한 규제완화 조치가항공.건설 등 여러 산업에서 경쟁력 강화라는 결과를 가져왔고,80년대 이후 적극적으로 규제완화를 실시한 영 국.말레이시아.
뉴질랜드는 모범국가로서 수많은 나라로부터 배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한국정부는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기업과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둘째 의미로 사용하는 세계화는 우리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는 뜻이다.이때의 우리에는 정부.기업.국민이 모두 포함된다.정부는기업을 도와줄 수 있는 일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는 인식을 명확히 해야 한다.시장개방이라는 도도한 물결을 거 역하면서 수입제품에 대해 규제를 할 수도 없고,R&D라는 명분만으로 기업에지원금을 줄 수도 없다.그러나 보다 심각한 과제는 기업에 대한정부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다.과거 한국기업이 수출에만의존하던 시대에는 정부와 기업이 파트너 관계였다.그러나 이제는기업활동에 있어 세계 최고 조건을 제시하는 국가로 본사를 옮기려는 기업을 상대로 해 적극적인 유인책을 써야 하는 것이다.이때 정부는 기업과의 관계를 대(對)고객 관계로 보아야 한다.
기업 역시 본격적인 세계화 시대를 맞아 환골탈태(換骨奪胎)의자세로 스스로의 변혁을 시도해야 한다.우선 불필요한 인력과 비용 항목을 철저히 제거해야 한다.또 기업활동에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동시에 져야 한다.
당장 시급한 과제는 기업 경영자가 특정 대주주 집단이 아닌 전체 주주들의 이해를 보호하고 의사결정과정을 투명하게 이끌어나가는 소위 「지배구조」를 명확히 하는 일이다.
국민들은 그동안 지녀왔던 쇄국주의적인 폐쇄성과 소집단 이기주의를 하루빨리 버려야 한다.세계화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상대방을 받아들임으로써 상대방으로 하여금 우리를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우리 모두가 마음의 문을 열고 상대방을이해하면서 열심히 노력해 경쟁력을 갖출 때 한국이 OECD회원국으로서 세계화를 지향하고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조동성 서울대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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