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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수매가 대폭 올려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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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경북지역 농민들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수확철을 맞은 벼 수매가 때문이다. 농민들은 유류·농자재 값 등 생산비가 오른 만큼 수매가를 대폭 인상해야 한다며 논 갈아엎기·화형식 등 강경투쟁에 나서고 있다. 반면 풍년으로 쌀값 하락을 예상하는 농협은 농민 요구를 모두 들어주기 어렵다며 수매가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농민은 벼 40㎏기준 6만원을 요구하고 있으나 지역별 농협은 5만~5만3000원을 제시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농협은 올해 전국적으로 정부 비축량 40만t과 자체 140만t(경북은 17만t)의 벼를 수매할 예정이다.

15일 오후 구미시 해평면에서 열린 경북농민대회에서 농민들이 벼 수매가 인상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곳곳에서 논 갈아 엎어=한국농업경영인 경북도연합회는 15일 오후 구미시 해평면에서 ‘쌀값보장·농민생존권 쟁취 경북농민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서 이일권(47)회장은 “생산비 인상을 반영한 수매가는 벼 40㎏당 6만원은 돼야 한다”면서 “이 가격이 보장되지 않으면 앞으로 농협점거·벼 야적시위·수매거부 등 동원 가능한 강경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농민들은 대회 뒤 농협을 상징하는 상여를 메고 해평면 논으로 이동, 상여를 불태웠다. 또 트랙터 5대를 동원해 벼가 누렇게 익은 논을 갈아 엎었다.

지난 13일에는 경주지역 농민들이 외동농협 앞에서 수매가 현실화를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추곡 수매가 6만원 쟁취’혈서를 쓴 뒤 외동농협에 계란을 던지기도 했다. 경주 안강 농민들은 지난 9일 안강읍 미곡종합처리장에서 시위를 한 뒤 트랙터로 논 2000㎡를 갈아엎기도 했다. 상주지역 농민과 농협도 협상을 하고 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농민들은 농협의 수매가가 수확철 시중의 벼 가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6만원’을 고수하며 투쟁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농민·농협 입장 큰 차이=농민이 요구하는 6만원은 지난해 농협이 도내에서 수매한 40㎏기준 4만8000원~5만1000원보다 훨씬 높다. 또 시·군 농협 등이 올해 제시하는 수매가 5만~5만3000원과도 차이가 크다.

농업경영인경북도연합회 김기익(53)부회장은 “비료 값이 지난해말 대비 129%, 면세유가 한 해 동안 두 배 오르는 등 생산비가 크게 올랐다”며 “자체 계산한 생산비를 반영하려면 수매가는 적어도 6만원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농협은 정부의 공공비축수매량이 작년 43만2000t에서 올해 40만t으로 줄어들고 벼 생산량 증가로 가격변수가 많아 농민요구를 들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농협 조사연구소 조사결과 쌀 생산비는 지난해보다 7% 증가, 대구경북통계청 조사결과 도내 쌀 생산량은 4.1%증가(올해 64만t)할 것으로 예상됐다. 생산비 증가를 작년의 수매가에 반영하더라도 올해는 최고 5만3500원선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농협들의 주장이다.

농협 경북본부 관계자는 “농민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지난해보다 인상해야 하는 건 맞지만 농협도 쌀 판매와 미곡처리장 경영 등에 애로가 많아 농민 요구액만큼 인상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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