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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北 잠수함 침투사건 "곧 붕괴" 판단에 찬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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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을 통해 우리는 최근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으며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된다.
북한의 도발이 주는 진정한 교훈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중국의 옛 경구(警句)일 것이다.엄밀히 표현하면 마오쩌둥(毛澤東)이 말한대로 통일은 만찬파티가 결코 아니다. 북한의 붕괴가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은 이제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이번 잠수함 사건은 북한군부의 권위가 훼손됐음을 보여주는게 아니다.오히려 잘 훈련된 북한군이 평상시와 다름없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정찰및 간첩활동은 평양에서 보면 일상적인 것이며 이번의 경우 잠수함이 좌초됐을 뿐이다.
약화된 북한이 강력한 북한보다 덜 위험하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북한이)자포자기하면 할수록 위험은 커진다.나진.선봉지역 투자설명회가 이와 동시에 성공적으로 개최됐다는 사실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누가 북한의 붕괴가 평화롭게 진행될 것으로 믿는가.평양은 어떤 분석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탄력이 있을 수 있다.
아웅산 암살사건,KAL858 폭파사건,푸에블로호 억류에 책임이 있는 북한은 아직 그들 자신을 「피해자」라고 부른다.오히려잠수함이 조선인민군 병사들과 함께 귀환되지 않으면 보복하겠다고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같은 현상이 북한 정치엘리트 일부의 좌절감의 반영이라고 믿고 있다.특히 손발이 절단된 경제에 밀어닥친 잇따른 홍수는 그들의 곤경을 더욱 절박하게 만들었다.
외교적으로 한반도상황은 핵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한 지난 92년 가을과 흡사해지고 있다.당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이 보유했던 플루토늄 총량이 맞지 않다는 점을 발견하면서 외교는 얼어붙었다.평양은 서울과 워싱턴에 새로운 정 부가 들어서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반면 긴장은 확대됐다.
북한에는 이제 기근이 확산되고 있다.미국의 선거가 임박해 있고 내년에 한국의 선거가 예정돼 있다.만약 한겨울의 기근이 심화될 앞으로 6개월간 외교가 가동되지 않는다면 「몇천배 보복」을 공언한 북한군이 조용히 기다리지 않을 수 있다 .평양의 강경파들이 북한 정책결정에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비해야 한다.북한이 핵동결 해제를 시작하거나 혹은 정치.경제적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 만큼 충분하지만 북한체제를 위협할 만큼은 크지 않은 군사적 모험주의를 취할 가능성에 대해.
이를 풀기 위한 첫번째 조치는 분위기를 식히는 것이다.한국은당연히 분개할 권리가 있지만 북한측이 움직이는 단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북한에 대한 경수로 제공 프로젝트 연기는 한반도를 분쟁상태로 몰아넣을 수 있다.동시에 평양은 그들의 군사적 행동의대가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일말의 신뢰라도 구축하기 위해 한.미 양국은 북한이 거부한 정전위원회를 통해 잠수함과 무장공비를 북한에억류된 한국시민.푸에블로호등과 교환하자는 제의를 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와함께 정전협정을 수정할 목적으로 남북한과 미국의 군사.외교관계자들이 참여하는 3자회담 개최도 생각할 수 있다.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 것이 아니다.비무장지대에서의 활동을 좀더 개선된방법으로 조절하자는 것이다.예컨대 개정된 정전협 정을 통해 북한의 경수로 건설을 위한 인력.장비의 비무장지대 통과를 간편하게 만드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현재 이같은 메커니즘이 없지만 동시에 모든 관계 당사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그렇게 할 가능성이 크다.어떤 것을 추구하기 전에 신중해야 한다는 중국의 경구를 기억해야 한다.
로버트 매닝 美진보정책硏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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