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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12일 개봉 "카피캣"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노래에도,드라마에도,패션에까지 리메이크 바람이 부는 세상.살인을 리메이크한다?12일 개봉되는 『카피캣』(존 아미엘 감독)은 이런 엉뚱한 상상을 실행에 옮기는 인텔리 편집증환자를 그린사이코스릴러다.
제목 「카피캣」은 과거 일어난 잔혹한 살인사건들을 카피해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이상성격자를 뜻하는 속어.주인공 해리 코닉 주니어는 낮에는 둥근 안경을 쓰고 노트북PC에 푹 빠져사는 선량한 회사원.그러나 밤에는 인터넷으로 수집한 「살 인 선배」들의 수법을 짜깁기해 예술품을 창조하듯 잔혹한 살인행위를 즐긴다. 유명인을 죽일수록 유명해진다고 믿는 그는 연쇄살인범 킬러로잘 알려진 여성 범죄심리전문가(시고니 위버)를 최종타깃으로 정한다.광장공포증 때문에 집에 틀어박혀 인터넷으로만 외부와 소통하는 그녀에게 강한 도전의식을 느낀 살인마는 컴퓨 터실력을 총동원해 그녀의 집에 침입한다.
위기에 처한 그녀를 돕기 위해 빈틈없고 중성적인 느낌의 여형사 홀리 헌터가 등장하고 이때부터 영화는 한 남자와 두 여자의밀고당기는 생존게임을 긴장감 넘치는 화면편집과 섬뜩한 음향으로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인터넷킬러라는 첨단 캐릭 터와 여성을 피해자와 복수자로 동반설정한 이색구도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지만 『카피캣』은 제목 그대로 할리우드가 반복생산해온 스릴러물들의 짜깁기 카피물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다.
곳곳에서 보이는 기존 상영작들의 모사와 중반까지 잘 짜여진 구성을 배반하는 엉성하고 관행적인 결말이 그 한계를 보여준다.
그러나 주니어에게 위버가 납치되자 뒤쫓아온 헌터가 주니어와 벌이는 결투과정은 세련된 화면구성과 정교한 반전으로 밀도높은 서스펜스를 안겨준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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