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의 제발등 찍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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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 시중 백화점에서 북한상품이 거의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북한에서 조립한 TV와 술.로열젤리등 호기심에서라도 소량씩 꾸준히 나갔던 품목들조차 발길이 뚝 끊겼다.북한에서 들어오는 상품액수가 수억달러 규모로 우리에게는 미미하지만 북 한에는 큰 돈이다.잠수함 침투에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의 보복위협까지 하는데 뭐가 예뻐서 우리국민들이 물건을 사주겠는가.북한은 한국민의이러한 자연발생적인 분노를 직시해야 한다.
그뿐 아니다.정부는 북한과의 경협을 일단 중지키로 결정했다.
나진.선봉지역의 투자를 유보하고,이미 북한과 협력사업자로 승인했던 회사에 대해서도 사업승인을 유보하고 추가 사업자승인은 무기 연기했다.6년째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북 한은 원자재와 에너지 부족.SOC 낙후.설비노후.자본부족등 모든 부문에서외부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북한은 미국과 일본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제3자인 이들이 경제적 과실(果實)이 보장 안 되는 경협을 선뜻 하려 할 리가 없다.
경수로 협정에서도 나타났듯이 북한을 대규모로 도울 수 있는 나라는 오직 한국뿐이다.이는 북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같은 핏줄로서 북한도 우리와 같이 번영하여 궁극적으로평화적인 통일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하고 있다.그렇기 때문에 경협을 통해 북한을 지원하고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의 식량난도 도와줘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그러나 일련의 도 발과 위협으로이러한 우리의 선의(善意)는 짓밟혔다.이제 당분간은 남한에서 누구도 북한에 대한 동정론을 펴거나,같은 민족 운운하기가 어렵게 됐다.이것은 시장(市場)에 표출된 국민들의 분노를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이번 사태는 남북한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우리 정부는 이문제를 유엔안보리에 제소키로 했다.안보리의장 성명이 되든,안보리 결의안이 되든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또 다시 가장 도발적인 국가로 지목받게 될 것이며 이는 북한의 고립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이번같은 도발은 북한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 외에는 돌아올 것이 없다.북한은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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