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타워링'이 현실이 될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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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 나라에도 수입돼 크게 히트했던 영화 『타워링』(원제 Towering Inferno)은 고층빌딩의 화재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실감나게 보여준바 있다.화재예방시설이나 긴급 피난시설이제대로 돼 있지 않은 고층빌딩은 불이 났을 경우 영화제목 그대로 「높다란 지옥」임을 알 수 있었다.우리도 대연각화재에서 고층빌딩 화재의 무서움을 실제로 체험한 적이 있다.
그러나 31이상(16층 상당)고층아파트의 73%가 건축법에 의무화돼 있는 비상승강기나 비상승강기 구조를 갖추지 않고 있는사실이 지난 4일의 국감에서 지적됐다.또 같은 날 있었던 한 아파트화재실험에선 흔히들 하고 있는 거실과 베란 다 사이의 창문을 없애는 구조변경이 불이 났을 경우 불길 확산을 돕는 위험천만한 것임도 드러났다.그 때문인지 역시 같은날 서울광진구 한아파트 지하 대피소에서 난 불은 삽시간에 25층 전체에 유독가스와 연기를 확산시켜 하마터면 큰 사고가 될 뻔했다.
한마디로 고층아파트는 화재에 무방비상태며,그에 대해 당국도,시민도 천하태평인 셈이다.국감에서 지적된 바에 따르면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와 그토록 큰 불이 나서 새로 지은 대연각센터빌딩에마저 비상승강기가 설치돼 있지 않다니 무신경도 이 쯤 되면 기네스북 감이다.정부부터가 이래서야 어떻게 민간의 고층건물주들에게 건축법 규정을 지키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서울에만 16층이상 고층아파트가 1천4백43동이나 된다.전국적으로 도시 중심부의 건물은 날이 갈수록 초고층화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고층건물 화재 대비가 이 정도 수준이고,그 위험성을 정부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니 언제 또 그로 인한 대형참사를 겪을지 정말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고층건물이 안고 있는 화재예방의 문제가 실은 비상승강기만은 아닐 것이다.기초적인 법규도 지키지 않고 있는 걸 볼 때 문제가 허다함을 짐작하고도 남는다.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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