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쇼크 안 올 것" 국내외 전문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최근의 국제 유가 급등이 오일쇼크로 이어질까.

국내외 전문가들은 대체로 유가 상승이 과거 1.2차 오일쇼크나 걸프전 때처럼 산유국 금수조치와 같은 공급위기에서 비롯된 게 아닌 만큼 오일쇼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구자권 해외조사팀장은 "최근의 고유가 행진은 중동의 정정불안에 따른 심리적 요인에 의한 것이지 공급 부족으로 인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4월 생산량도 당초 감산 약속과 거의 변화가 없어 수급상에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세계 3대 석유시장 중 하나인 싱가포르에서 원유 구매를 담당하고 있는 LG정유의 이영환 구매팀장도 "시장의 원유 수급은 오히려 공급이 약간 많은 상황이어서 OPEC도 감산을 고려하고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을 촉발한 시장 외적 요인으로 ▶이라크 팔루자 지역에서 반군과 미군의 충돌▶사우디아라비아 얌부에서 석유회사 ADB에 대한 테러사건 등으로 미래에 대한 수급 불안감 등을 꼽는다.

미국의 휘발유 재고가 일시적으로 부족해진 것도 단기적으로 유가 상승을 부추긴 요인이다. ㈜SK의 원유구매팀 김재남 과장은 "미국의 각 주정부가 가솔린의 첨가제 규제를 강화하면서 가솔린 가격이 상승하면서 원유가가 동반 상승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헤지펀드들이 중국과 미국의 경기가 살아나면서 원유 수요가 증대할 것으로 예측하고 투자 목적으로 원유 구매량을 늘린 것도 고유가를 부채질하고 있다. OPEC는 "미국 투기펀드들이 선물시장에서 물량을 휩쓸어 가면서 국제 원유가가 올라가는 것이지 공급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제 원유가가 언제 안정될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LG정유 이영환 팀장은 "싱가포르에 있는 세계 정유업체들은 6월로 예정된 미국의 이라크 정권 이양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원유가는 곧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40달러까지 치솟은 원유가가 이라크 정정이 안정되는 대로 적어도 5달러가량은 인하될 것이란 예측이다.

하지만 이라크의 정정불안이 가라앉지 않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충돌이 격화되거나 예측하지 못했던 테러가 발생할 경우 국제 원유가는 40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있다.

SK㈜ 원유트레이딩팀 박형일 팀장은 "유가가 높은 상태에서도 변동폭이 커 가격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정유사들이 원유 확보 능력이 있어 아직은 오일쇼크처럼 실제 국내 경제에 걸림돌이 될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장정훈.정효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