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시트콤 '프렌즈' 10년만에 막 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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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폭발적 인기를 누려온 미국 NBC방송의 시트콤 '프렌즈(Friends)'가 6일(현지시간) 10년 만에 막을 내렸다. 워싱턴 포스트.USA 투데이 등 주요 신문들은 1면에 이 프로그램이 끝난다는 사실을 보도하며 이날을 '국가적 애도일(National Mourning Day)'로 선포하기까지 했다.

미국인들은 "'프렌즈'없는 TV는 다른 세상이 될 것" "마지막회는 눈물없이 못볼 것 같다"며 상실감을 토로하고 있다.

동부시간으로 오후 8시 방송된 마지막회는 주인공 전원이 행복한 결실을 보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취직을 위해 파리로 떠나려던 레이첼(제니퍼 애니스턴)은 발길을 돌려 로스(데이비드 슈위머)와 극적으로 재결합했다.

모니카(코트니 콕스 아퀘트)와 챈들러(매튜 페리)는 쌍둥이를 낳고 교외의 새 집으로 이사할 꿈에 부푼다. 피비(리사 쿠드로)는 이미 결혼했고, 조이(매트 르블랑)는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서부로 향한다.

'프렌즈'는 맨해튼의 방 2개짜리 아파트에 이웃해 사는 남녀 6명의 일상사를 그린 가벼운 시트콤. 정치에 무관심한 30대 월급쟁이들의 연애와 실연, 재결합 스토리를 현실감있고 재미있게 파고 들어 인기를 얻었다. 특히 6명 각자 자유분방한 삶을 살면서도 결국은 늘 뭉쳐 서로 보살펴 준다는 따스한 설정이 가족해체 시대 미국인들을 달래주며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친구가 돼주었다.

1994년 첫 방영 당시 20대 중후반이던 주연 배우들은 이제 더이상 청춘문화의 대변자 역할을 하기 어렵게 됐다. '프렌즈'의 퇴장은 닷컴 거품, 일 중독, 낙관주의 등으로 상징돼온 클린턴 시대가 마감됐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진다.

'프렌즈'로 NBC는 돈방석에 올랐다. 그동안 이 드라마가 벌어들인 수입은 19억달러를 넘었다. 특히 4500만명이 시청한 마지막회의 30초짜리 광고 가격은 200만달러로 시트콤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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