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업종서도 경기 양극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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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과 내수로 나눠진 경기의 양극화 현상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소매업 판매는 14개월째 줄고 있는데 수출 화물 수요가 몰린 운수업은 반년째 매출이 늘었다. '수출의 온기가 점차 경제 전체로 퍼져나갈 것'이란 정부의 설명이 공허하다.

통계청이 7일 밝힌 3월 서비스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서비스업 판매는 지난해 3월보다 1.9% 증가했다. 두달째 상승세다. 그러나 같은 업종 내에서조차 희비가 엇갈릴 정도로 편차가 심하다.

내수의 척도인 도.소매업 판매는 0.3% 줄었다. 지난해 3월부터 감소하다가 2월 한달 반짝 증가한 뒤 다시 줄어드는 모습이다. 특히 소매(-4.8)가 부진하다. 백화점 매출이 17% 감소했고, 소형 소매점(-15%)도 장사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자동차 판매도 17% 감소했다.

반면 도매업 판매는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째 늘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1차 금속제품 도매상의 매출이 30% 늘어나고 수출 관련 업종에서 기계장비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 수출화물이 늘면서 운수업은 지난해보다 매출이 7% 증가했다. 그러나 봄 나들이 시즌인데도 불구하고 육상 여객 운송업은 오히려 4% 줄었다.

불안한 경기에 서민들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이 때문에 영세 자영업자는 탁격을 받는 악순환도 반복되고 있다. 서민들은 술집(-9%)도 안 가고 외식(음식업 -1%)도 줄이고 있다. 신용카드사가 포함된 비통화 금융회사의 매출 증감률은 14개월째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학교가 개학했으나 학원 수업료 수입은 4% 줄었고, 이.미용업 등 소규모 서비스업 매출(-5%)도 감소했다. 반면 무선통신업과 호텔업은 매출이 각각 17%, 15% 늘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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