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장공비 송환협상 요구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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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은 무장공비 남파사건을 잠수함 표류로 인한 긴급피난이라고강변하는 한편 판문점에서 잠수함과 승조원 시신 송환을 위한 북.미간 군사협상을 갖자고 요구하는등 북한의 이번 사건 대처방향과 의도가 분명해지고 있다.
북한이 이번 사건에 대해 처음 언급한 것은 사건 발생 5일뒤인 23일 발표한 인민무력부 대변인 담화.
당시 북한은 기관고장으로 인해 표류중 좌초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잠수함.생존군인.사망자들을 무조건 즉시 송환하라고 요구했다. 북한의 이같은 입장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강화됐다.지난26일 북한은 「정부.정당.단체 비상연합회의」를 개최,이번 사건을 사고로 인한 긴급피난으로 규정하고 남측이 북한 군인들을 사살한데 대한 「비싼 대가」를 받아내야 한다고 당국 에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뒤이어 북한 중앙통신은 27일 「(당국의)위임에 의하여」 성명을 발표,공식입장을 정리했다.
성명에서 북한은 기관고장으로 인한 긴급피난을 남한측이 불순한정치적 목적에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성명은 이어 『우리는 피해자로서 가해자에게 보복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면서 천배,백배의 보복을 가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판문점 협상요구는 26일 「비상연합회의」가 열린 당일에 있었으며 북한은 유엔군사령부와 인민무력부 대표부 사이의 접촉에서 자신들이 피해자임을 강조하고 잠수함등의 송환을 「당당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북한은 24일 중앙방송과,26일 최수헌 외교 부부장의 유엔연설을 통해 북.미간 잠정협정(평화협정) 체결주장을 잇따라 제기했다.
이같은 북한의 움직임은 이번 사건을 대남비난의 계기로 삼아 한반도 긴장고조의 책임을 남한측에 떠넘기면서 한편으로는 북.미간 직접적인 군사접촉의 계기로 삼으려는 술책으로 풀이된다.
자신들의 도발의도는 호도하면서 오히려 북.미간 직접 접촉을 확대한다는 「전화위복」을 노리고 있는 셈이다.특히 비상연합회의개최와 중앙통신의 공식성명등은 사건의 심각성을 의식한 행동으로보인다.국제사회에 큰 파장을 미치게 되자 자신 들이 강력하게 대응할 것임을 천명함으로써 비난여론을 피하는 것은 물론 남북한신경전에서 기선을 제압하려는 행동이다.
비상연합회의 보도와 조선중앙통신 성명이 모두 대남.대외용 매체를 통해 보도된 것은 이를 잘 말해준다.
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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