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회사가 나를 減員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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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우리 회사는 괜찮나.』 『내 일자리는 어떻게 되나.』 갑자기 불어닥친 명예퇴직등 감량경영의 찬바람속에 샐러리맨들의 이같은 자문(自問)이 요즘 직장마다 회자(膾炙)된다고 한다.본지가다섯차례에 걸쳐 보도한 「감원태풍 남의 일 아니다」의 연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독자들의 엇갈린 반응이 쇄도했다.
적지않은 독자들은 매스컴이 여론몰이식으로 감원에 대한 불안감과 위기의식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사람을 줄이기 위해 기회만 살피던 경영자들에게 정말 목을 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해주었다는 비난도 있었다.
반면 회사 중역등 간부로 보이는 독자층에서는 『기업이 죽느냐사느냐 하는 심각한 상황인데 피고용자들의 입장만 지나치게 부각하는게 아니냐』고 지적했다.같은 기사를 두고 이처럼 상반된 반응이 나온 것은 무엇보다 각자가 처한 입장차이 때문이다.그런 의미에서 양쪽 견해 모두 나름대로 정당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는 최근의 감량경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말해준다.사실 문제의 본질상 공감대를 찾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양쪽 집단의 갈등이 자칫 사회문제로 비화할 소지도 다분하다.
어쨌든 올겨울 직장인들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삭풍(朔風)을 맞을 것이다.60년대 경제개발이 시작된 이래 처음이 될 대량해고와 이에따른 실업자 양산(量産)시대로의 돌입 가능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최근의 경제난국이 경기순환적 측면보다는 경쟁력 약화라는 구조적 상황이 근본원인이라는데 큰 이견이 없다.
그 해결책 또한 아직은 뾰족한게 없기 때문이다.
해외투자를 하는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국내에서 기업을하십니까』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일부 기업인들의 국내 투자의욕이 크게 꺾여있는 것이 현실이다.이런 상황에서 재계가 기업생존을 위해 임금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상 지금까지의 고용풍토에 엄청난 변화와 충격을 주는 것은 불가피한 추세다.「온정주의적」 경영의 틀을 깨고 「합리주의」의 새 정형(定型)을 도입하려는 기업들이 급격하게 늘고있는 것이다.
물론 근로자들은 호황일때 기업주들은 무엇을 하다가 갑자기 이모양이며,왜 근로자들만 고통을 떠안아야 하는지에 대해 불만을 토할 것이다.
특히 사교육비와 의료비등 돈이 한창 들 나이에,사회적 보장책이 미흡한 형편에서 직장을 떠나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참담한 일이다.사생활까지 희생해가며 밤낮 가리지 않고 회사를 위해 뛰었던 40~50대의 허탈감과 배신감은 달랠 방법이 마땅찮다.
또한 당장의 인기에 급급해 사실상 임금을 포함한 경제구조가 이처럼 왜곡되도록 조장했던 정치권에서도 진솔한 반성의 목소리 한마디 없다.내년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경제가 정치논리나 정략에 지배되지 않도록 정치권과 정부를 감시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옳건 그르건,싫건 좋건 지금까지의 평생직장과 임금구조의 틀은 깨져가고 있다는 점이다.보수 좋고 적게일하며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 평생직장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한다.
스스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근로자들의 자기계발 노력과 애사심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기업들도 미래를 보며 예비인력을 확보하는데 인색치 말아야 한다.기업도 결국 사람이 움직이는 것이고,근로자들의 마음을 얻지못하면 생산성 향상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도 창업과 재취업등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마련을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이다.유난히 추워질 올겨울에 대비해 샐러리맨들은 다시한번 옷깃을 여며야 할 것같다.
박병석 경제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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