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오랜 '편의적인 오해' 줄여나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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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가 한일관계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과 중국의 오랜 ‘편의적인 오해’를 줄여나가야 한다.”
백영서 연세대 교수가 10일 한중우호협회(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회장) 중국전문가 초청 강연회에서 강조한 말이다.

중국인들이 한국을 보는 시각은 ‘문명화된 오랑캐(東夷)’, ‘술과 가무를 즐기는 민족’으로 보던 전통적 관점이 이어져 오다가 구한말에 중화제국이 근대적으로 변모하면서 제국주의화의 대상으로 조선을 바라보기도 했다. 이후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자 중국인에게 한국은 조선처럼 되면 안된다는 타산지석의 나라가 됐다. 한국이 남북으로 분열되면서는 북한은 ‘혈맹’ 한국은 적대적 자본주의 국가로 인식했다. 그러나 한중 수교 이후에 한국은 중국의 ‘역할 모델’로 자리잡았다. 중국의 한류 열풍은 이 역할 모델로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기반이었다고 백 교수는 중국인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의 역사적 변화 과정을 설명했다.

이에 반해 전통시대에 한국인들은 중국을 ‘상국(上國)’, ‘대국’이라 부르며 문명의 표준으로 인식했다. 이 역시 중국의 실체를 인식했다기 보다는 적은 수의 사신들이 중국에서 보고 싶은 것만 바라보는 ‘편의적인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던 것이 만주족의 청나라가 들어서면서는 조선이 오히려 문명의 중심이라는 ‘소중화(小中華)’ 의식을 낳았다. 청일전쟁에서 중국이 패하자 ‘천한 중국’으로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싹텄다. 이 ‘천한 중국’ 시각은 열강에 당하기만 하는 중국의 현실, 중국을 비하하는 일본의 소위 ‘짱꼴라’ 사관과 더불어 중국 노동자들의 대거 유입으로 한국인의 생활에 중국이 위협으로 다가오면서 더욱 증폭됐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여기에 공산주의 적성국, ‘죽의 장막’이라는 이데올로기적인 이미지까지 겹쳐졌다. 수교 이후에도 이 이미지는 해소되지 않고 여러 여행기에서 드러나듯이 ‘천한 중국’ 이미지가 도리어 강화됐다. 반면에 청말 개혁, 공화 혁명, 문화 혁명을 보면서 중국을 한국의 개혁모델로 바라보는 시각도 간간히 제기됐다. 또한 세력 균형의 주체로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도 한국인들에게 있었다고 백교수는 설명했다.

최근 한중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처방도 필요하지만 역사적인 맥락에서 중장기적 대응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백교수는 “한중관계가 한일관계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일부의 우려를 언급했다. 한중 양국간 상호인식의 궤적을 살펴보면 근대 이후에는 일본이 포함된 한중일 세 나라 사이의 상호작용의 결과였다. 따라서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역사의식을 갖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역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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