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손기업 자사株 취득 사실상 가능 채권자보호에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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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증권거래법에서 자사주취득이 금지돼 있는 결손회사가 자사주취득이나 다름없는 투신사의 자사주펀드에 가입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자사주펀드 가입에 이익잉여금 여부등의 단서가 없는데 따른 제도적 허점을 이용한 것으로,결손기업이 회사돈을 자사주매입에 동원하는 자체가 투자자등 채권자보호에 중대한 위협이 되는 만큼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증권당국과 투신업계에 따르면 OB맥주등 두산그룹 계열 7개사는 23일 그룹차원의 주가관리를 위해 한국.대한.국민등 3투신사에 90억원씩 모두 2백70억원을 들여 자사주펀드에 가입했다.두산그룹의 자사주펀드 가입은 지방소재 소주회사들 이 대거 지분을 매입한 OB맥주의 경영권안정 목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그러나 이들 두산계열사중 OB맥주는 지난 6월말 현재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 6백60억원이나 되고 두산기계는 이미 자본잠식에 들어간 상태다.결손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일종의 감자(減資)효과가 있다.증권거래법에서는 자사주매입을 이익잉여금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허용하고 그것도 발행주식의 10%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상법에서도 기업이 자사주매입등을 통해 감자를 할 때 주주총회등 채권자 보호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하고 있다.
그러나 상장기업이 간접적으로 자기주식을 매입하는 식인 자사주펀드 가입은 아무런 제한이 없을 뿐 아니라 자사주취득과는 달리의결권도 인정되고 있다.바로 이런 점을 노리고 요건이 안되는 결손기업들이 자사주펀드 가입에 나서고 있는 것이 다.증시관계자들은 자사주펀드 가입을 자사주취득 요건에 맞춰 규제하든가 펀드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자사주펀드는 92년8월 증시부양책의 하나로 한시적으로 도입됐다.
서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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