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오늘 노동당 창건일에 모습 보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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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북한의 노동당 창건 63주년 기념일인 10일 김정일(얼굴) 북한 국방위원장의 등장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8월 14일 동정 보도 이후 10일로 57일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게 되는 김 위원장의 출현 여부에 따라 그의 건강 상태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일 사진이나 동영상 없이 “축구 경기를 관람했다”는 보도 이후 ‘기념일 주간’인 이번 주에도 대외 노출이 전혀 없었다. 북·중 수교 59주년(6일), 당 총비서 추대 11주년(8일)이 이어졌지만 추가 보도는 없었다.

2004년 이후 김 위원장은 핵실험을 강행한 2006년을 제외하면 모두 당 창건일에 모습을 드러냈다. 2004년엔 박봉주 총리, 김기남 당 비서, 현철해 대장 등 내각·당·군 인사들을 대거 이끌고 오리공장을 현지 지도했다. 이른바 ‘꺾어지는 해(10주년, 5주년 단위의 해)’였던 당 창건 60주년인 2005년엔 열병식에 참석했고, 지난해는 선글라스를 쓰고 아리랑 공연을 관람했다. 2006년엔 당 창건일이 핵실험 다음날이라 김 위원장 동선이 공개되기 어려웠다.

당국은 일단 10일 김 위원장 모습이 공개될 가능성을 작게 보고 있다. 한 소식통은 “북한 매체가 집중 보도한 김 위원장의 축구 경기 관람에서 굳이 사진이나 동영상을 뺄 이유가 없었다”며 “만약 10일 정상적으로 등장할 수 있다면 당연히 축구 경기 관람 보도 때도 사진을 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 당국은 김 위원장이 관람했다는 김일성종합대와 평양철도대의 축구 경기도 어디서 어떻게 관람했는지 실체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지난 축구 경기 관람 보도에서처럼 북한이 사진이나 동영상 없이 김 위원장이 정상 통치를 하고 있음을 전해주는 보도를 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우리 당국의 예상을 깨고 정상적으로 등장한다면 이번엔 정부의 대북 정보력 전반에 허점이 드러나게 된다.

이와 함께 10일 일부 남측 보수단체들이 북한 체제를 비난하는 삐라를 대량 살포할 계획이다. 정부는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 거론으로 가뜩이나 민감해 있는 북한이 ‘체제 비방’을 문제 삼아 개성공단, 개성 관광 등에서 강경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북한 위기 대처 계획 준비 중”=월터 샤프 주한미군 사령관은 8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의 움직임과 관련해 북한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나 새롭거나 특이한 동향은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을 방문 중인 샤프 사령관은 미 국방부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한 뒤 “그러나 북한의 비상사태에 대비해 위기 대처 계획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 “모든 정보망을 동원해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만일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확산하는 일을 하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빅터 차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북한은 버락 오바마와 존 매케인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지금보다 더 어려운 지경에 처할 것”이라며 “북한은 내년에 차기 미 행정부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핵실험 등의 무엇인가를 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병건 기자,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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