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언론의 경영 다각화 현장-영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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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마담 투소」관(館).
매년 1백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드는 런던에서도 손꼽히는 관광명소다.
베이커 스트리트에 위치한 이곳은 사형장면등 영국 역사의 잔인한 모습을 재현한「공포의 방」을 비롯,「천일의 앤」.빅토리아여왕.빌 클린턴.마이클 잭슨등 역사의 인물이나 현존하는 정치인.
연예인들의 모습을 완벽히 재현한 수백개의 밀랍인형 으로 유명하다. 여름 관광철이면 아침부터 관광객들이 장사진을 치는 이곳이영국이 자랑하는 세계적 권위지 파이낸셜 타임스(FT)와 한 그룹에 속한 같은 계열사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불과 36만여부라는 발행부수에도 불구하고 세계 지도자및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에서 가장 신뢰받고 널리 읽히는 신문이 바로 FT다. 이 FT를 소유한 모(母)그룹이 바로 언론은 물론 출판.정보.오락.금융등 다방면에서 경영활동을 벌이는 피어슨(Pearson)그룹이다.
19세기 중반 요크셔에서 탄생한 피어슨그룹의 첫 출발은 건설업이었다.
20세기초 해외건설에 손을 댄 이 회사는 멕시코.미국에서 석유관련 사업으로 큰 돈을 벌어 일약 대기업의 반열에 오른다.
이후 피어슨은 부단한 경영다각화를 추진,각 분야를 망라하는 복합적인 기업군으로 변신했다.
20,30년대 대표적 투자은행인 라자드 브라더스와 지방신문인웨스트민스터 가제트를 인수했고 2차대전이 끝나면서 사세는 더욱커지기 시작했다.
57년 FT를 사들인 것을 필두로 저렴한 양서 출판으로 유명한 펭귄북스,교육서적 전문업체인 롱맨출판사등을 속속 인수했다.
80,90년대 이후 피어슨의 관심분야는 정보.통신등 첨단분야로 확대돼 마인드 스케이프라는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와 데이터베이스 제공회사인 Extel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이같은 기업구조가「민주주의의 산실」인 영국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언론기업의 소유구조를 인위적으로 제한하지도 않거니와 FT가 모기업의 이익을 위해 편파보도를 일삼는다고 어느 누구도 생각지않기 때문이다.
도리어 57년 피어슨그룹이 인수한 이후,FT는「정직한 금융인과 존경받는 증권브로커들의 친구」라는 과거의 명성이 더욱 빛나고 있다.
FT의 구성원 전체가 철저하게 공정성을 지키려 하고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기자의 주관을 배제하는 편집원칙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런던=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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