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섬에서 큰 사람 났네’ 울릉초등 100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모교의 교실 한칸에다 학교 역사와 자랑스런 동문 자료 등을 모아 100주년 사료관을 만들 계획입니다.”

정윤열(41회) 울릉군수는 울릉초등학교 총동창회장을 맡아 오는 11일 개교 100주년 행사로 무척 설레는 목소리였다. 개교기념일은 11월 18일. 울릉초교는 한번도 총동창회를 연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육지에 나가 있는 동문이 많이 모일 수 있도록 바다가 비교적 잔잔한 10월로 행사를 앞당겼다. 오징어 철도 고려했다.

울릉초교는 졸업생과 재학생이 참석한 가운데 모교에서 개교 100주년 행사를 연다. 기념비도 제막한다. 총동창회는 100주년을 앞두고 지난 8월 ‘울릉초등 백년사’를 발간했다. 하지만 여기엔 학교 역사 대신 졸업생의 회고담만 담았다. 학교 관련 자료는 이번 총동창회에서 수소문할 예정이다.

◆울릉도 1등 도맡은 학교=울릉초교는 울릉도의 첫 교육기관이었다. 1908년 30명의 관어학교로 출발했다. 1882년 울릉도에 개척령이 내려진지 26년 만이다. 그러다가 신명학교·우산국교 시기를 거쳐 울릉초교로 이어지면서 사실상 울릉도의 교육과 문화를 이끌어 왔다. 울릉초교는 한때 학생 수가 1000명이 넘었지만 지금은 전교생이 220명에 불과하다. 학교 상징은 섬벚꽃.

1952년 입학한 홍상표(44회) 에스피통상 대표는 “6학년 눈 내린 날 숙직실 옆에서 친구의 대나무 스키를 잡아당기다가 눈에 미끄러져 언덕 밑으로 굴러 떨어진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또 “교무실 옆 복도에서 선생님으로부터 폐타이어 조각 슬리퍼로 뺨을 맞은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졸업생 유영준(52회)씨는 “당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울릉도를 방문해 도열한 우리 앞을 지나며 ‘너희들 몇 학년이냐’고 묻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세숫대야로 도동 연변이나 고개 너머 저동에서 검은 모래를 줄지어 나를 때면 수업 안한다고 좋아했다”고 말했다. 또 강영호(61회)씨는 “우리 학교가 울릉도에서 체육대회나 행사를 열면 항상 1등을 해 울릉도는 물론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학교로 알았었다”고 회고했다.

◆섬 이끈 주역=울릉초교는 올해 95회 졸업생을 포함해 지금까지 6174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동문들은 교육과 종교 등의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해 왔다. 종교계는 대한불교 진각종을 일으킨 손규상(6회, 초교 시절 이름은 손덕상) 종조가 있고, 정계에는 전석봉(19회) 전 국회의원이 있다. 또 독도의용수비대장을 지낸 홍순칠(29회)씨가 있고, 경북대 총장을 지낸 서원섭(33회) 박사도 이 학교 출신이다. 서울대 입학도 6명이 나왔다.

이밖에 기업인으로 박춘택(37회) 전 우방건설 사장과 김용섭(41회) 전 대우 사장이 있으며, 천하장사를 지낸 씨름 선수 이준희(56회)씨도 이곳 출신이다. 대구에서 변호사로 활약하다가 미국 로스쿨을 마치고 지금은 서울에서 법무법인 법여울 대표로 있는 이철우(62) 변호사도 있다. 이 학교는 정윤열 현 군수를 비롯해 서이환(2회)·홍성국(14회) 등 울릉군수도 여럿 배출했다.

송의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