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 대표 등 민노당 지도부 전면 교체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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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은 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중앙위원회를 열어 국회의원 등 공직을 맡은 사람은 당직을 겸할 수 없다는 규정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17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권영길 대표와 노회찬 사무총장 등 현 지도부의 전면 교체가 불가피해졌다. 이 안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최고위원.광역지부장.지구당 위원장 등 모든 선출직 당직을 겸할 수 없다. 단 의원들끼리 호선하는 의원단 대표(원내총무) 한 사람만 13명의 최고위원 가운데 한자리를 맡을 수 있다.

민노당은 오는 29일 의원단 대표를 제외한 대표.사무총장.정책위의장 등 12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할 계획이다. 이날 중앙위에서는 '모든 겸직을 금지하자'는 원안과 '당 대표는 겸직을 허용하자'는 수정안이 맞섰으나 표결 끝에 원안이 채택됐다.

중앙위는 또 대의원 선출과 관련, 지역과 직능 대의원의 비율을 2대 1로 하고 이 중 직능 대의원의 경우 노동과 농민 분야의 비율을 2대 1로 정했다. 세부 비율은 지도부에 위임했다. 기존에는 직능분야 중 노동이 30%, 농민이 3%였으나 새 규정에 따라 농민 비율이 높아지게 됐다.

강갑생.정강현 기자

[뉴스 분석] 黨운영 독점막기 실험…원내외 따로 놀 수도

당직과 공직의 겸직 금지는 한국 정치에서 새로운 실험이다. 다른 정당에선 현역 의원이 주요 당직을 맡는다. 그것은 의원들의 당 운영 독점이란 부작용을 낳는다. 그래서 밑바닥 현장의 목소리가 당의 의사결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게 민주노동당의 시각이다. "당직.공직 겸직 금지는 제도권 정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는 의원들을 당에서 통제하고, 당원이 주인 되는 당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정책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외국에선 독일 녹색당이 이를 실험했다. 1979년 창당 때부터다. 하지만 2003년 5월 녹색당도 이를 포기했다. 주요 공직을 맡은 핵심 인사들을 당에서 잘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민노당의 실험도 제대로 정착할지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원외 인사가 중심이 될 당과 원내 의원들 간에 원활한 협력이 이뤄질지 미지수기 때문이다.

민노당은 최고 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에 의원단 대표(원내총무)를 포함시키기로 했지만 그것만으론 "당과 의원들이 따로 놀 공산이 크다"는 우려를 불식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 원외 인사들의 당 장악력이 강해질 경우 의원들은 허수아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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