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뛰는방송인>8.구성작가 차윤희 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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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 프로그램에 재미와 감동,그리고 교훈을 모두 담아내고 싶었어요.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결과는 좋았죠.전 운이 참 좋은 사람이에요.』 동물들의 희로애락을 사람살이에 비유하며 재미있게보여주는 KBS-2TV 『퀴즈탐험,신비의 세계』(금요일 저녁7시5분)의 구성작가 차윤희(31)씨는 작품에 대한 욕심이 많다. 지난 85년 첫 방송을 내보낸지 벌써 11년.
『퀴즈탐험…』는 그동안 20여명의 연출자가 거쳐갔고 사회자만해도 이계진.강성곤.손범수등 세명의 아나운서가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바뀌지 않은 것이 세가지 있다.
첫번째는 「제목」이고 두번째는 「꾸준한 인기」,마지막으로 이프로그램의 「구성작가」인 차윤희씨다.
대학 문예창작과를 갓 졸업할 무렵이던 85년 평소에 알고 있던 방송사의 한 부장으로부터 퀴즈 프로그램의 집필제의를 받았다.경험이 전무한 그에게 그것도 섭외작가나 견습작가가 아닌 「메인 작가」로 일해보라는 제의였다.
하지만 소설가를 꿈꾸며 주로 산문을 써온 그로서는 미사여구가전혀 없어 건조함이 느껴지며 호흡이 짧고 문장마다 정확한 끝맺음이 나야하는 방송 멘트를 쓰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비교적 빨리 문투를 바꿔 적응해냈다.
『처음엔 여름방학 특집물로 내보낼 파일럿 프로그램(시청자 반응에 따라 계속할지 여부가 결정되는 시험 프로그램)이었는데 예상 밖으로 반응이 좋았어요.저로서는 첫 작품이었는데….』 이 프로그램으로 성가를 올린 차씨는 종합구성.다큐멘터리.토크쇼.캠페인.시사프로그램등 「비드라마」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재능을 보였다.
『가장 재미있고 감동적인 것이 사람얘기입니다.그 속에는 「사랑」이 들어있게 마련이거든요.그래서 단순히 동물들의 생태를 보여주기보다 인간의 삶에 빗대어 드라마 스타일로 구성하려 노력합니다.』 이런 차씨의 노력은 10여년만인 지난 4월 공식적인 인정을 받았다.
제8회 한국방송작가상에서 「드라마 부문」의 작가 송지나씨와 함께 「비드라마 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오락 프로그램으로선 첫 수상이었어요.흔히 「비드라마」라면 다큐멘터리를 떠올리게 마련이거든요.』 그는 구성작가가 하는 일을 이렇게 설명한다.
『프로그램 전체의 뼈대를 세우는 작업을 맡는 설계사가 구성작가예요.어떤 코너를 어떤 내용으로 채울지 정하기 위해 자료도 모으고 섭외도 하고요.나중에 뼈대에 살을 붙이는 일도 구성작가의 몫이죠.물론 PD와 상의해 일을 진행하지만요.』 주변사람들은 그를 「대가」라고 부른다.또한 그의 글은 마치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 같다고 말한다.이런 주변의 평가에 대해『지난 10년간 앞만 보고 달려왔어요.구성작가 분야가 불모지였던 10년 전에 비하면 지금은 어느 정도 전문화가 이루어졌죠.
아마 전문화를 늘 염두에 두고 살아왔기 때문에 그런 평가가 내려진 것 아닌가 생각해요』라고 말한다.
글=장혜수.사진=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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