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기업의 인력감축사태 문제없어-왜곡된 시장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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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여러 경제지표가 보여주고 있듯 우리경제가 불황국면에 놓여있는것은 확실하다.여기서 우리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이러한현실을 가져오게한 원인의 올바른 분석이며 그 치유책이 무엇인가다. 이제까지의 경험에서 볼때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담당자든 경영자든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함에 있어 사태의 올바른 파악과 장기적 안목에서보다는 인기위주의 단기 업적주의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거시적으로 흔히 지적되고 있는 고지가(高地價) .고금리.고임금등의 고원가 현상을 지양했어야 할 경제정책이 실효성있게추진되지 못했다.경영적 측면에서 볼때 낮은 기술수준,높은 금융비용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재무구조,그리고 고임금하에서의 낮은 능률이라는 인적자원 관리의 비효 율성,유연성의 결여및혁신(革新)적이고 창조적 발상을 갖지 못한 경영계층의 전근대적.고식적 사고등이 오늘의 어려움을 자초하게 된 것이다.
지난날 고도성장의 틀을 다질 수 있었던 「하면 된다」는 정신적 기틀마저 사그라져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왜 이렇듯 일하고자하는 마음이 해이해졌을까,그 가장 큰 원인은 우리가 추구해온고도성장의 과실이 복지사회.형평사회 실현으로 이 어진 것이 아니라 천민자본주의(賤民資本主義)로 이어졌기 때문이며,기회의 평등이 실현되지 않는 왜곡(歪曲)된 시장원리가 팽배해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경쟁 우위를 가름하게될 일터의 사람들이 발휘해야할 창의력과 능률보다는 방관과 안일에 빠지는 경향을 보이게 되었다.이러한 저변의 흐름은 외면한채 작금 우리나라 경영계가 추진하고 있는 불황대책은 다시 한번 성급함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정리해고,조기퇴직제에 의한 인원감축이 불황에 대처하는 유일한방법인양 행해지고 있다.
물론 변화가 심한 시장에 부응하고 새로운 생산기술에 적응하기위한 유연성(柔軟性)을 확보한다는 의미에서,또한 높은 임금수준하의 기업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종업원수를 감축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는 점에서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그러나 인원감축에 의한 고용조절이 일터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미칠 파급을 생각해야한다. 논의의 범위를 좁혀 기업적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낮아진 것은 단지 임금이 높아서라거나 종업원수가많아서만은 아니라고 본다.엄청난 금융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재무구조의 취약성은 우리나라기업의 경쟁력 약화의 커다란 이유가 될것이다.외국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기술전략이나 외국상표 부착에 의한 창의성.혁신성을 잃은 시장점유정책은 기업의 자율경영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다.
그런데도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임금동결,종업원 감축만을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인양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또한 임금동결 및 종업원 감축에만 초점을 맞췄을 때 남아있는 종업원들의 불만과 불안도 고려해야 한다.이것은 저능률의 요인 이 되기 때문이다.여기에서 기업은 이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경영전략을 임금이나 종업원수 감축에만 한정해 생각할 것이 아니라 경영관리 제분야 즉,재무.생산.기술.마케팅.환경관리에 이르기까지 통합하여 장기적 안목에서 시스템적으로 마련하 여야 한다.그래야 인사.노무관리 부문에서의 관리도 실효성을 갖게 될 것이며 종업원 또한 그 시책에 따르게 될 것이다.
이규창 단국대 상경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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